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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_ 용기

머뭇거림을 넘어서는 시작

by 지감성장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냥 그렇게 시작하면 되는 거야. 조금 더 고민하면 지금 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시작해서 수정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몰라. 그러니까 일단 용기 내서 시작해 보자!"


몇 번을 똑같은 말을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반복하는 말속에는 그냥 하면 되는데 뭘 그리 망설이냐는 답답함이 베여있다. 참 이상하게도 마감하는 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더 나은 방법이 나타난다. 전시회 당일 오픈 직전에도 그랬고, 원고를 넘겨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에도 그랬다.


조금 더 하면,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서 원하는 만큼의 준비가 가능할까? 고치고 또 고친다고 완벽해질까?


이상하게도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에는 이전에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험이 발목을 잡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이나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시작하는 앞을 가로막는다. 마감기한이 정해진 일들은 어쩔 수 없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끝을 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멈추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끌어가게 된다. 나는 지금 딱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 앞에서 머뭇거리는 중이다.


집필실과 심리컨설팅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을 누구든 예약하고 와서 마음글쓰기를 할 수 있는 '쓰답'이라는 공간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지 5개월째다. 처음에는 제각각 자기만의 글을 쓰는 자리로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적절한 소품을 사는 재미에 신나게 준비를 마쳤다. 너무 평범하지 않고 쓰답만의 독특한 무엇을 구상하느라 시간이 흘렀고 그 덕분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제공할 워크지도 만들었다. 이제 오픈만 하면 되려나... 하는 찰나에 '여덟 평 남짓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와서 앉아 글을 쓴다면'하고 생각하니 좁은 공간이 신경 쓰이고, 여름엔 냉방이 겨울엔 난방이 걱정이고, 또 겨울에 옷과 가방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시간과 요금은 얼마로 정해야 할지, 예약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다 하다 주차는 어떻게... 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을 하나씩 해결하다 4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그냥 시작해야겠다 싶을 때 어딘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 이게 뭐라고 이리도 험난할까, 차라리 그냥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처음 시작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용기는 사라지고 있다.


1995년에 미국 피츠버그에서 은행을 연속으로 턴 한 남자가 있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용감하게 은행을 털다가 잡힌 강도는 레몬즙을 '보이지 않게 하는 잉크'로 착각해 얼굴에 뿌리고는 CCTV 앞에서 당당하게 강도짓을 하다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코넬 대학교 심리학자 더닝(David Dunning)은 제자 크루거(Justin Kruger)와 함께 학부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무지와 과대자신감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강도사건과 같이 성적이 낮은 학생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성적이 높은 학생은 자신의 예상 성적을 낮게 평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도 초보 운전자는 자신이 운전을 꽤 잘한다고 느끼고, 운전 경력이 오래될수록 도로의 변수와 위험을 알기에 더 신중히 하는 현상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이러한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한다. 이처럼 나의 상황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차라리 그냥 적당히 시작했더라면 그냥저냥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운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환경의 문제부터 운영하면서 마주할 다양한 문제들까지 알게 되면서 용기를 내기가 더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사실 6년 전쯤의 나라면 아주 용감하게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공간을 오픈하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바꿔가며 신나게 일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6년 동안 이전의 실패와 실행의 책임을 감당하면서 어쩌면 용감했던 나와 무모했던 나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조심성, 신중함 등의 단어에 대한 깊이를 체감해 버렸다. 그로 인해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는 것처럼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봐야 결국 어느 것이든 부족한 상태로 시작되거나 아예 용기 내지 못하고 멈춰버리거나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는 '살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언제까지고 '용기'를 잃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이 들면서도 줄어든다는 '용기'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떤 용기이건 내고 또 내며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그때마다 해결하면서 꼭 글쓰기가 답이라 외치며, 쓰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쓰답'의 문을 활짝 열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이 나에게 용기 내라고 응원을 더해준다면 조금 더 힘차게 준비해 더 빠르게 '쓰답'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또 용기 내어 이 글도 발행 버튼을 눌러본다.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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