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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_감사

고마움을 기억하고 변하는 마음을 그냥 두지 말 것

by 지감성장

사람들과 둘레둘레 살다 보면 어느 때는 고마워서 눈물이 흐르고, 어느 때는 얄미워서 꼴도 보기 싫다. 그러다 또 때로는 분노에 가득 차 고마워서 눈물 흘렸던 때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 때가 없었던 것처럼.


사람을 마주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게 된다. 그렇게 여러 면을 겪으면서 내 마음에 맞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싫은 건 당연한 일이다. 또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떤 이는 시작이 아름답고, 어떤 이는 뒤가 아름답다.


살아오면서 언젠가 가까이 지냈던 부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부이는 나를 처음 만나 반갑다며 떡도 주고, 감도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아낌없이 나눠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다시 만날 때 나도 예쁜 봉투에 선물을 담아 건넸다. 어찌나 기뻐하던지 그 모습이 예뻐서 뭐든 좋은 게 있으면 챙겨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하 호호 반갑게 서로를 알아가다가 어느 날 뭘 배우러 가더니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나와의 첫 만남 때처럼 그 사람과 부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내게는 연락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부이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지만 나는 부이에게 몇 번 연락을 했었다. 그때마다 이전과 다른 부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마음 한편에 내어 줬던 부이의 자리가 비어 허전하고 쓸쓸한데 그 공간이 채워질 방도가 없었다. 한동안 헤매다가 겨우 안정이 되려나 싶을 즈음에 부이가 연락이 왔다.


새 친구와의 즐거웠던 일들을 신나게 털어놓고 바쁘게 다시 가버렸다. 그 후 한참이 지나고 부이가 잊힐 즈음에 연락이 왔다. 순간 나는 '또 무슨 자랑을 하며 제 말만 하고 가버릴지...'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부이와의 인연은 끝이나 버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문득 부이가 떠올랐다. 그간 잊고 지냈던 한 사람 부이가 내게 쏟아부었던 마음과 챙김이 같이 떠올랐다. 잊어서는 안 될 고마움인 것을 그냥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섭섭한 마음이 생겼다고 해도 이전의 고마웠던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스쳐 지나온 인연 중에 부이처럼 잊지 말아야 할 고마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 중에도 고마운 마음을 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 마음에 답할 길이 없어 안타깝다.


가끔은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받고 돌아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보면 '그렇게 고마워할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원래 뭐든 작아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난 후의 마음의 크기 말고 고마운 그 순간의 마음의 크기를 기억해야 한다.


살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주 작은 고마운 일도 절대 잊지 않고 감사를 표하고, 어떤 순간에도 기록해 두어서라도 절대 잊지 말 것. 이 두 가지를 마음밭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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