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경을 마주 보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혹시 말투가 고와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저는 원고를 수정하는 중에 에디터님이 저에게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말했 거든요.
“작가님의 글은 더 읽고 싶은 글이에요. 읽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말하는데 “아니요, 안 됩니다! 더 쓸 수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열 번 수정하라면 단 한 번도 토 달지 않고 수정할 수 있게 만드는 아주 고운 말이 아닐까요?
같은 말을 조금 거칠게 한다면 이렇게 말하게 될 것 같아요.
“물음표가 생기는 글이 많아요. 좀 더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아마도 이 말을 들었다면 그냥 책 쓰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느낌상 전자는 '너는 글을 잘 쓴다. 그래서 더 읽고 싶고, 호기심도 생긴다. 그러니 조금만 더 알려달라'라고 하는 것 같고, 후자는 '글을 이렇게 밖에 못 쓰냐 답답해서 읽지를 못하겠다'라고 하는 것 같잖아요. 말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해석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예전 심리컨설팅을 하는 중에 내담자가 직장에서 동료에게 “왜 이렇게 늦어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동료의 말에는 자신을 배려하는 마음보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빨리 받지 못해서 짜증 내는 말투였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차라리 그 동료분이 “제가 조금 급해서요, 그 서류 언제쯤 넘겨주실 수 있어요?” 혹은 “제가 좀 급해서요, 재촉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조금 더 빠르게 서류를 완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면 오히려 조금 더 서두르지 못한 게 미안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서둘러 작업하려는 노력을 했을 거예요. 물론 급해서 그랬거나 평소 어떤 감정이 쌓였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누군가에게 배려 없이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요.
가끔 말을 해놓고 후회가 될 때가 있어요.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한데 후회를 한다는 건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할 줄 안다는 것이고, 성찰이 가능하다는 건 수정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저는 이 성찰이 마음의 거울(심미경)을 들여다보는 작업이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이라고 봅니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책에서는 성숙한 사람은 말을 통제할 줄 안다고 해요. 말을 툭 내뱉듯 그냥 하기보다 '뭐라고 말할까?'하고 한 번쯤 생각을 하고 말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성숙한 사람은 말을 통제할 줄 안다는 건 말투가 곱다는 것이고, 말투는 마음씨와 말이 만나 만들어지는 거니까 결론은 성숙한 사람은 마음씨가 고와서 말투가 고운 거겠네요. 그래서 당신은 성숙한 사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