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경을 마주 보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의 호주머니 속에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거울이 있다면 언제 꺼내서 거울을 마주 보시겠어요?
저는 이럴 때 거울을 꺼내 볼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상처가 될 때요. 거울 속에 있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거울이 내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길 바라면서요. 상처 준 사람을 향한 분노로 내 마음을 슬프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 마음이 상하는 말이나 행동을 빠르게 잊기는 쉽지 않아요.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문득 그 상황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럼 억울하고, 분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되갚아주거나 잘못을 깨닫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되갚거나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서 상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은 상처되는 그 일을 잊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반성과 뉘우침이 쉽게 될 것 같으면 애초에 상처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가끔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줄도 알고 스스로 뉘우치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실수로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에 그렇겠죠. 하지만 간혹 도리어 큰소리치거나 대수롭지 않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래서 마음은 스스로 지키기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저는 상처를 좀 많이 받는 사람이었어요.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상처받기만 하는 사람이었죠. 거절도 잘 못하고 늘 속상해하고, 억울해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누적된 감정들이 결국 마음의 병을 만들어 버리더라고요. 스트레스성 우울증 진단을 받고 많이 놀랐어요. 더 이상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 마음 지키기’를 시작했어요.
가장 처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마음으로 외치기였어요. 누군가가 상처가 되는 말을 하면 저는 속으로 말했어요. “반사!”라고요. 혼자 한 말이지만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실제로 “반사!”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니 너무 웃기지만 유치하기도 하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럼 ‘상처되는 말을 들었을 때 성숙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그즈음에 늘 반복적으로 말을 험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에게 하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 거예요.
그때 알았습니다. 상대가 나쁘기도 하지만 내가 나에게 쉽게 말하도록 내어준 것이 상대를 나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자책금지! 목적은 보호) 그런데 이미 그 사람과의 관계의 패턴이 만들어진 터라 쉽게 바뀔 수는 없었어요. 내가 상대를 바꿀 수도 없죠. 그래서 마음으로 외치던 반사를 입 밖으로 꺼냈습니다. 이렇게요.
“넌 왜 그걸 못하니?”
“제가 이걸 못해요?”
“느려터져서 답답하지.”
“느려터져서 답답하세요?”
이렇게 똑같이 말을 해줘도 괜찮은 관계였어요. 입장이 동등해서 알아차리도록 하는 방법이었죠. 저는 이렇게 거울처럼 반사하는 말을 하면서 조금씩 해야 할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걸 못해요? 아… 잘 몰라서 그런가 봐요. 그럼 좀 가르쳐주시겠어요?”
“느려터져서 답답하세요? 제가 좀 느리긴 하죠. 조금 더 빠르게 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관계에 따라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상대의 위치와 힘, 권력 등을 행사할 수 있을 땐 조심해야 해요.)
주머니에 심미경(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거울)을 넣고 때때로 꺼내서 보면 내 표정과 마음을 볼 수 있어요. 그 순간 찡그리거나 속상함이 묻어있는 나를 발견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넌 참 괜찮은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찡그리고 있어. 그냥 웃자! 누구도 아닌 너를 위해. “
이렇게 심미경을 일상에서 자주 꺼내보게 되면 상처 주는 괴물 같은 사람을 괴물이 아닌 참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겨요.
어느 날 저에게 말을 함부로 하던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지? 사람이 달라졌어.”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래요? 제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했더니 “뭐야. 앵무새야? 왜 말을 똑같이 따라 해? 기분 나쁘게. “라고 말하고 갔어요. 그런데 그 후로 말을 좀 조심하더라고요. 말해놓고 바꾸기도 하고요.
이제는 삶이 달라 그 사람을 마주하지 않지만 주변에 누구도 저에게 함부로 말하는 이가 없습니다. 간혹 그런 사람을 만나도 상처를 받기보다 그러려니 하고 심미경을 꺼내 들죠. 가끔 제가 아닌 상대에게 거울을 양보하기도 합니다. 통하는 사람에게 만요.
상대에게 거울을 건넨다는 건요. ‘너 참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야’하고 말해주고 싶을 때요. 그럴 때 심미경을 전하는 거죠.
주머니에 심미경 하나씩 챙겨보세요. 때때로 꺼내서 보고 마음을 스스로 아름답게 지키며 살자고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