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경을 마주 보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심미경'이라는 이름의 술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말이에요.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왜 하필 술집 이름을 심미경으로 했을까. 궁금했어요.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한 곳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로 몇 곳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유명한 건 경기도 수원 인계동에 있는 술집인 것 같았어요. 사진으로 보고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심미경,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벽면에도 심미경, 메뉴판과 티슈에 까지, 게다가 심미경 탁주도 있더라고요. 아마도 조만간 제가 그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이름이 적힌 것 하나하나를 기념으로 챙겨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술은 못 마시지만 안주는 못 먹는 게 없으니 술을 즐길 줄 아는 이와 안주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안주가 맛있고 양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심미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이들을 모아서 심미경 술집에서 첫 모임을 해도 재미있겠어요. 세상의 마음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이 되는 팀이 결성되는...(상상이죠)
술집 이름이 의미 없이 그냥 심미경이었으면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연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름다운 마음을 비추는 거울' 한식 다이닝 술집 심미경으로요.
이쯤 되면 징글징글하실 것 같습니다. 온통 심미경이니까요. 하지만 심미경을 이름으로 기억하지 마시고 가슴에 품어야 할 한 단어로 봐주세요. '나에게는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거울'하나를 품고 있어서 어딜 가도 무얼 해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하고 따스하게 빛나는 단어로요.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이들이 많아요. 가장 근래에 본 아름다운 사람은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박스와 갖가지 폐품을 모으는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는 몸이 많이 불편하세요. 혼자 걷는 모습만 봐도 넘어지는 건 아닐까 마음이 불안해지는 정도인데요, 그 상태로 지나는 길을 정리하고 가세요. 박스나 폐품을 수거하러 다니는 트럭이나 차로 다니는 사람들은 돈이 되는 것들만 가져가면서 쓰레기를 그 자리에 흩뿌리고 가더라고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손수레에 비닐하나 묶어두고 가져가는 박스 속의 쓰레기는 두고 가지 않아요. 박스를 두는 장소를 보면 할아버지가 다녀 가셨구나 하고 알 정도예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보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요.
사실 저도 마음이 아름다웠다가 그렇지 않았다가 해요. 가끔은 심퉁이 나서 보고도 못 본 척할 때도 있거든요. 뭘 이야기하는 거냐면요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냥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는 많죠. 그걸 다 주우며 다닐 수는 없는 거잖아요. 길가에 있는 쓰레기는 주워도 버릴 곳도 없고 난감하니까요. 하지만 사는 곳과 일하는 곳 등 충분히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곳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는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주워 버릴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창의센터를 운영할 때 출근하면서 계단에 떨어진 쓰레기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양손에 짐이 들려 있어서 주울 수가 없었죠. 짐을 내려놓고 다시 내려가 주워야겠다 생각하고는 깜빡 잊은 거예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계단으로 가보니 그 쓰레기가 없는 거예요. 너무 궁금했어요. 누가 쓰레기를 주워서 버린 건지 말이에요.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물어봤어요. 한 선생님이 "제가 주워서 버렸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쓰레기를 주워서 버린 선생님 앞에 먼저 출근한 선생님이 두 명이나 있었어요. 세 번째 선생님만 쓰레기를 본 거죠. 앞 두 선생님은 봤는데 그냥 지나왔거나 못 봤거나 한 거죠.
그런데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 당시에는 단순히 쓰레기를 주워 버린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으로만 생각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앞에 먼저 출근한 두 선생님은 쓰레기를 못 보거나 보고도 줍지 않은 사람들이 아닌 거죠. 마음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인데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태였을 거예요. 급히 출근하느라 바닥을 보지 않았거나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거나 저처럼 집을 양손으로 들었었거나... 여러 상황이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야'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여튼, 손수레 할아버지 말이에요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심통 부리지 말고 출근길에 쓰레기 주워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