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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진 Sep 02. 2023

자기와의 약속

  시 수업에서 과제를 받으면 반갑다. 일주일을 붙들어 시를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자기와의 약속은 참 쉽지 않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약속은 참 지키기 어렵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나 하나만 눈 감으면 만사가 태평해진다. 꾸준히 쓰기보다는 쓰고 싶을 때 쓰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렵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었다. 하루키는 글쓰기 루틴은 이러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시간에 글을 쓴다.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한다. 밤 9시에 잔다. 25년 이상 이러한 일상을 지속하고 있다.   

  하루키는 참으로 꾸준한 사람이다. 시작은 좋아서 혹은 재능이 있어서 쉽게 할 수 있지만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일은 어렵다. 왜 오전에 쓰고 밤에는 쓰지 않는지 알 거 같다. 밤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숙면에 들 수 없다. 책상을 물리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글쓰기로 과열된 뇌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계속해서 풀리지 않는 부분이 물꼬를 트고 강둑을 터트리듯 잠을 전부 쫓아버리기 때문이다. 밤새 드라마를 몰아볼 때처럼 이미 몸은 자는데 정신만은 또렷해지는 것이다. 다음 날은 완전 초주검이다. 특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하루종일 신경질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래서 잠에는 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오전에는 꼭 쓰자 다짐하는 마음은 들지 않아서 유감이다.

  소설가 박경리에 대해서 알아본 적 있다. 소설가에 대한 작품을 공모하는 대회에 나가볼까 해서였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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