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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한 사람

2021. 6. 22. - 2021. 6. 23.

by 바람




정말 갈수록 뜨거워진다.

땀 흘리며 교실에 들어가니 Nina teacher가

‘Are you melting?' 한다.

갑자기 내가 아이스크림이 되어 녹아내리는 모습이 떠올라 킥 웃었다.

내일과 모레의 Progress test를 위한 review 수업을 하니까 이것저것 개인적인 생각들을 말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내가 스피킹을 못하는 이유가 이런 마음 때문이다. 한국말로도 하기 싫은 걸 영어로 하고 싶겠나.


교통카드 잔액이 무제한으로 된다는 말을 들어서 확인해 보려고 발레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지난번에 11유로가 자동으로 빠져나가 top up이 되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학생비자 중 tallinja card(교통카드) 소지자들에게 10유로씩 충전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바우처는 못 받았는데. 모르겠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어제 오후 2시 넘어 마신 커피 때문인지 새벽 한 시까지 잠을 못 자서 오늘은 카페 출석을 거르려고 했다.

헌데 그럼 또 집에서 에어컨 틀고 맥주와 안주 만들어 먹으며 넷플릭스나 유튜브 볼게 뻔하다.

꾸역꾸역 나와서 더운 바람맞으며 진하고 뜨거운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발레타의 Costar 카페로 갈까 하다가 더워도 커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아늑한 coffee circus로 끌리 듯 왔다.

재채기를 했더니 옆자리 사람이 Bless you 한다. 반사적이다.

나도 Thank you 했다.






시험 보느라 수업이 한 시간 일찍 끝났다. 좋아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구름 낀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이 있어 앱으로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학교까지 걸어갔다.

같은 반의 콜롬비아 학생 S가 버스 타고 오다가 걷고 있는 나를 봤다며 덥지 않냐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땀은 줄줄 흘렸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몰타에 도착한 후 며칠 동안은 상상했던 온화한 지중해 날씨가 아니라 투덜거렸었는데 이제는 그때의 서늘한 온도와 바람이 많이 그립다.

6월부터 9월까지가 성수기라고 하는데 나는 이 뜨거운 날들보다 비수기인 겨울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4-5월의 선선한 날씨를 겪어봐서 다행이다.


간단하지만 그래도 시험이 끝나서 마음이 편하다.

내일 Speaking Test로 Presentation을 하면 일주일간 방학이다.

고조, 코미노, 블루라군 cruise를 당일치기로 40유로에 다녀올까 고조섬을 1박 2일로 돌아다녀볼까 생각하다

아이고 덥다 하며 맘을 접었다.

에어컨 쌩쌩한 몰타대학 도서관에서 강헌의 명리학 책을 완독 하는 것도 좋겠다.


내 프레젠테이션 주제가 Princess Diana에 관한 거라 지난주에 검색하다가 넷플릭스에서 Sorry, Diana라는 다큐영화를 봤다.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그녀의 삶이 참 아깝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누구도 누구에게 무시당하고 함부로 취급당해서는 안 된다.

왕자와 결혼한 걸 꿈꾸었던 신데렐라였다고 해도 그 대가가 너무 컸고 결국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보면서 계속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녀에 대한 열등감과 존재감의 부재(왕자인 자신보다 다이애나를 영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더 추앙하다시피 했으니 소외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게 다이애나를 멀리하고 아내로서 무시받게 만든 이유 같다.)에 빠져 바람을 피우고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다.

파파라치들은 더 끔찍했다. 프랑스에서 난 사고도 그들 때문이었고 그 후 신음하고 있는 다이애나를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고 한다.

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더 화가 난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에 울며 꽃을 바치던 장면이 생각난다.

만인의 연인보다 그녀를 이해해 주고 아껴주는 단 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함께 사망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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