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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자존감 수업

-윤홍균 「심플라이프」

by 바람


참 오래 붙잡고 있었다.


‘자존감을 가지라고!’ 희와 다투던 중에 들은 말이다.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피해 의식이야!’ 딸과 한바탕 말 전쟁을 치른 후 들은 말이다. 이번엔 더 강하게 여러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내게 남은 건, 아니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것이 자존감과 당당함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걸 뒤집어 역공하는 말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했다.


그들을 위하여 나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나만 참으면 되지 하면서 사느라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독화살처럼 쏘아 댄다.


나를 변명할 말과 그들이 틀렸다고 반박할 말도 많지만 가족을 위하여 희생한다고 여기는

내 생각과 행동이 나를 이렇게 바닥을 치게 하는 건지 냉정하게 진단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한 줄 읽고 내 상황과 기분을 생각하고

또 한 줄 읽고 과거의 경험에 옴짝달싹 못하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중 계속 되새김질하고 싶은 내용들이다.




‘다른 사람과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기억은 감정을 부른다.

나쁜 기억을 자꾸 떠올리면 당연히 내 감정은 우울해진다.'

'불행했던 과거 기억은 떠나보내라.

현재와 미래를 더 생각해라.’




내 인생 중 20년 이상을 관통하는 감정이 나를 억압하는 사람들에 대한 화남이다.

그보다 더한 건 전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나를 다 내어 준 사람의 태도다.

감정적 탯줄을 자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힘들었던 세월들이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그 긴 세월 동안 쌓였던 감정들의 무게가 돌덩이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들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 살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내 마음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지금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일에 써야 한다.


아파트 화단의 쥐똥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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