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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7일

-위화 「푸른숲」

by 바람


‘허삼관 매혈기’로 위화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다.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내용은 섬뜩하고 불쌍하지만 주인공의 무지하기까지 한 마음과 행동들이 묘사될 땐 피식 웃음이 나왔었다.


그 후 ‘인생’을 읽었는데 너무 슬픈 장면이 있어서 한참 괴롭기도 했다. 그 책은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말하는 것 같았다.




중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위화는 ‘제7일’에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준다.

호접몽(胡蝶夢)이 떠올랐다.


죽은 후에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의 기억들을 하루하루 풀어낸다. 7일 동안.

마치 죽어 있는 게 현재고 살아 있을 때가 꿈속 같은 느낌이다.

중국 내의 부조리들이 나날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담담하고 힘없는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죽음을 뉴스로 보면서 사고로 죽게 된다.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웃음은 기대할 수 없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웃는 장면에서도 나는 서글프다.

‘죽은 후에 평등해지는 인간’이라는 서평을 언뜻 읽었던 것 같은데 나는 좀 다르게 받아들였다.


‘빈의관’이라는 곳에서 죽은 이들이 살아 있을 때의 부와 권력, 지위에 따라 대기실이며 묘지 등

죽은 후의 안식처도 차별당하는 내용이 있어 작가는 내세조차 현생의 연장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 같았다.


다음 생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 삶을 더 열심히 살라고 다그치는 건가.


길가의 자귀나무 어린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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