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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별들의 들판

-공지영 「창비」

by 바람


공지영 작가를 비판하는 문학평론가나

동료 작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그가 80년대 운동권 시대를 우려먹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후일담이라고 하나.

그 시절의 경험과 가치, 동료들을 팔아먹으며 소설을 쓰고 있다고 손가락질당한다는 평론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고등어’, ‘착한 여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등 내가 지금까지 읽어 온 그의 소설들은 한 사람의 시대적 경험과 가치관이 타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걸 확인시켜 준 산물이었다.




이번 소설집 ‘별들의 들판’은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베를린이라는 한 장소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언제든 갈 수 있지만 가지 않는 조국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금지된 조국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다른 상황의 사람들이 엉켜 사는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국에서의 과거들이 드러난다.


나보다 단지 십 년 정도 먼저 다닌 대한민국의 대학에서 386세대들이 겪어야 했던 모순과 절망들이 각각의 주인공들을 통해 마치 억지로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일관되게 흐른다.

내가 그 시절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영상과 글로만 경험한 유신정권, 광주민주화운동, 고문치사사건, 파독 광부와 간호사.

그들이 고스란히 맨몸으로 다 받아낸 일련의 상황들을 나는 영화나 소설, 역사책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한술 더 떠서 그들에게 사기를 치고 한국으로 초청한 후 달아나 버린 인간(?)들도 있었다. 다행히 국가에서 지원을 해줬고 그들이 그토록 원했을 대한민국 땅에서 잠시라도 마음을 풀었다고 하니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 가지 사건과 주제로 열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재능에 고마울 따름이다.

오대산 전나무숲길의 병조희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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