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자살률ㅡ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삶을 놓는가

by 흐르는 물

조용한 비명은 때때로 들리지 않습니다.

소리 내 울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은 점점 안으로만 깊어져, 어느 날 갑자기 세상과 작별을 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사람을 잃게 돼요. 너무나 조용히, 너무나 무겁게.


요즘, 유난히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살에 대한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젊은 사람들은 삶이 더 이상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 이유를 단순히 개인의 약함이나 충동적인 선택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요?

2023년,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자 4만6천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10~20대였습니다. 이 중 20대는 1만2천592건, 10대는 8천308건에 달했습니다. 수치로 보면 그저 데이터일 수 있지만, 이 안에는 저마다의 이름과 사연, 외로움과 포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살아갈 방법을 잃었을 뿐.


고독사는 이제 노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2년 기준, 20대 고독사 중 자살의 비율은 무려 71.7%. 30대는 51.0%였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기댈 수 없었던 이들은 홀로, 조용히 사라져갔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삶을 포기하는가?" 그리고 대답은 너무 복잡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결코 하나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그들이 떠날 때까지 아무도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청년들을 짓누릅니다. 2016년 1,097명이었던 20대 자살 사망자는 2021년 1,57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취업난, 생활고, 빚. 무너진 일상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조차 사치처럼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은 고립을 심화시켰고, 디지털 세상은 비교와 소외의 감정을 키웠습니다. 관계는 단절되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도움을 청해도 돌아오는 손길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자살 시도자의 자살위험은 일반인 대비 25배 이상 높지만, 체계적인 사후관리나 상담은 아직 부족합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걸 말할 곳이 없다는 건, 결국 스스로를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쉽게 상담받고, 고위험군은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청년층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일자리 정보 제공은 물론, 재정적 회생 방안과 같은 실질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대신, “같이 해결해 보자”는 구체적인 손길이 필요합니다.


셋째, 관계의 회복입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회복됩니다. 공동체 활동, 문화·여가 활동, 청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붙잡을 이유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작은 신호를 무심히 넘기지 않고, "괜찮니?" 하고 물어보는 용기. 때로는 그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우울과 자살은 개인의 고립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 어두운 밤이 찾아왔을 때, 누군가의 손이 되어줄 수 있는 사회. 그곳에서 우리는 진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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