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을 찾는 의외의 방법, 소거법

ft. 나는 어떻게 전업 웹소설 작가가 되었는가.

by wowbow


어떻게 전업 작가가 되었어?

ㅇㅇ대 석사까지 했는데 가방끈 아깝지 않아?

회사 안 다니는 거 후회는 없어?


...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응. 후회는 없어.'라고 말한다.

그것도 아주 단호하게.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프리랜서 작가 외에 다른 걸 이미 다 해보았기 때문이다.


대학원 다녀봤는데 연구 안 맞더라...

회사 잠깐 다녀봤는데 진짜 정말 너무 안 맞더라...

심지어 사업도 잠깐 해봤는데 그것도 내 길이 아니더라...


그렇게 소거법으로 선택지를 지워가며 살다 보니 결국 프리랜서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에 도착했다.

이후의 인생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 외딴섬에서 3년째 그럭저럭 버텨내는 중.

힘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그 무엇보다 내게 잘 맞는 직업과 생활이라 생각하고 있다.



IMG_8690.jpeg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일이야말로 20대의 가장 크고 필연적인 숙제이다.

그것도 방학 일기 숙제 (요즘은 이런 거 없나요?) 슬쩍 피하거나 대충 내용만 채워 넣을 수는 없는.


그런데 적성을 찾는 법으로, '소거법'을 시도하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더라.


물론 소거법으로 적성을 찾는 것이 쉬운 길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나도 20대, 특히 20대 후반.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회사에 들어가서 2년 차, 3년 차 직장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그때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려니 정말 힘들었다.

나라는 인간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것 같고, 인생의 패배자 같고, 벽에 가로막혀 쓰러질 때마다 정말이지 숨이 턱 막히고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소거법'의 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저 내 앞에 펼쳐진 수많은 갈림길 중, 나와 맞지 않는 길 앞에 [위험! 출입 금지. 더 가면 낭떠러지임.]이라는 표지판을 세우는 작업이었을 뿐이라는 걸.



IMG_8670.jpeg



물론 모르지, 또.

웹소설 작가라는 지금의 여정 역시 미래에서 보면 또 다른 소거법의 한 과정일지도.

이렇게 가다 몇 년 후에 '아 씨. 이 길 끝도 낭떠러지였잖아?' 하고 욕을 내뱉은 후, 영차영차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흑흑. 여기도 낭떠러지임.]하고 표지판을 땅땅 박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유 씨가 쓴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20대의 방황을 지나 30대로 넘어오면서 알게 되는 깨달음이란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내가 긴 터널을 지나왔으니 앞으로는 헤맬 일 없을 거라는 건 오만.

분명 인생을 살며 나는 또 안갯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그러나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는 헤매더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내게로 와 눈부신 선물이 되더라.

정말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디지털 노마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