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줬어야 하는데..

일상기록

by 글짱


"통화돼?"


새벽 1시 40분 다른 직장이지만 같은 시간에 출근한 올케에게서 톡이 왔다.

올케는 남동생의 아내가 되기 전 나에게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

한때는 내 가족보다 나의 치부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친구가 내 동생과 만난다고 할 때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쏟아내고 어떤 부분에서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는데

가족이 되고 나서 지나는 시간마다 그때 나를 후회하고 사죄를 구하길 몇 번이지만 예전처럼

나에게 쉬이 마음을 터 놓지 못하는 올케가 되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어느덧 10년, 이제는 내 조카의 엄마가 되어 있는 올케


"통화 가능, 무슨 일 있어"


스마트폰 화면으로 뜨는 올케의 이름


"00 이가 며칠 전부터 화장실을 너무 자주가"

"짧게는 5분 만에도 가고, 갈 때마다 쥐어짜듯 소변을 보긴 해"

"병원에서는 요로 감염 같다고 하는데 애가 아파하지도 않고, 열도 없고"


몇 마디 듣는데 1년 전까지 자주 소변을 보던 둘째 일상이 떠올랐다.

등원하기 전에 수차례, 등원 후에도 수시로, 불안이 시작되면 더 많이


조카를 바라보는 올케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그런 아이 키워봤고, 좋아지는 과정을 알아갔고,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된 둘째 일화를 설명하다 보니 어느새 걱정은 얹은 핑계로

올케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바람잡이가 되고 있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올케가 오죽 속이 답답하면 나에게 털어놓고 싶었을까.

정신 차렸지만 이미 나는 , 나만 말하고, 나만 내 속을 털어낸 꼴이 되었다.


아... 들어줘야 했는데...


돌이켜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린 일방적인 대화가 나름 애만져 마무리한 통화에 찝찝함을 남는다.


나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말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말할 기회만 있으면 듣기를 까먹는 사람이 된다.


"00이 별일 없이 지날 거야, 고맘 때 애들 그럴 수 있어"


뒤늦게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톡을 남겨보지만 까맣게 꺼진 화면이 올케 마음 같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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