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를 뿌리고

일상기록

by 글짱

아이들 아침 등원 전쟁을 끝내고 바지 밑단을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고 욕실로 들어선다.

하얀 타일 위로 붉게 앉은 물때를 향해 욕실 청소용 락스 한통을 사정없이 뿌린다.

매캐한 락스향이 욕실을 채울 때쯤 환풍기를 틀어 놓고 욕실 문을 닫고 물때가 빠지길 기다리며

건조기에 빨래를 꺼내 개고 아침 설거지를 마쳤다.


"이쯤 되면 욕실 물때도 녹아내렸겠지."


혹시 락스 냄새에 취해 버릴까 봐 아까와 다르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욕실로 다시 들어선다.


락스칠에도 살아남아있을 물때를 솔로 박박 문질러 없애고 욕실 청소용 호수로 물을 뿌리는데

아까보다 매캐한 락스향이 코 깊숙이 빨려 들어오는 기분이다.


"너 힘들까 봐 엄마가 했지"

"애들 미끄러지면 큰일 나"


이렇게 독한 락스 청소를 나보다 20살이나 많은 엄마는 엄마만의 합당한 핑계를 찾아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수시로 락스를 뿌리고 닦아 댄다.


"아직 욕실 깨끗한데 그냥 두라니까 청소를 또 했어"

"엄마 아무도 없을 때 락스 청소하다 쓰러지면 진짜 큰일 나"


좋으면서도 미안하고, 미안하면서도 딸내미 집에서 쉬지 않고 식모처럼 일하는 엄마에게 화가 나고

그런 딸내미 마음 다 이해한다며 엄마는 자신만의 요령이 있다며 걱정 말라는 너스레가 어이가 없다.


요령은 무슨.. 그냥 참고하는 거면서.. 속으로 이 말을 삼키고 "우리 집 청소는 내가 알아서 할게"

고맙다는 말 대신 애꿎은 말만 하던 그때에 잠시 빠져들다 물줄기에 씻겨 내려간 락스 뒤로

다시 새하얀 타일이 보인다.


"깨끗해졌네"

아까와 다르게 조명을 하나 더 켠 듯 밝아진 욕실을 보니 매캐한 코와 다르게 기분이 상쾌해진다.


"엄마도 이런 기분에 락스 청소를 하나?"

되지도 않는 말을 주절이다 다시 머릿속에 집에 넣고 엄마가 오기 전에 게을러 퍼져있지 않고

욕실 붉은 물때에 락스를 뿌려 없애버린 내가 잘했다 싶어진다.


"욕실 청소 뭐 하러 했어"


이따 엄마가 나한테 툭 던질 뻔한 말이 내심 엄마 일을 덜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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