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송당리 여행 - 시작하며
언젠가부터 겨울이 되면 유난히 서울을 떠나고 싶어 진다. 새로운 활기와 사색을 찾는 여정을 즐긴 지는 오래됐지만 유독 찬바람이 불면 방랑벽이 더 도진다. 아무래도 온도시를 가득 채운 뿌연 먼지 탓이 크다.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다.
어느덧 8년 전, 자녀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아이와 함께 휴양지 리조트에 머무는 가족 여행은 익숙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대부분 소중한 추억을 새긴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이와는 다른 무언가를 항상 갈망했다. 홀로 여행을 떠나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휘저었다.
막연한 열망만을 품고 온갖 여행지를 검색하며 클릭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작년 말, 누군가의 SNS 계정에서 ‘제주 북스테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접했다.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살펴보니 제주에 위치한 일부 북카페에서 독서를 즐기며 조용하게 머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었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인데 사진 속, 민트색의 심플하면서 차분한 방의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찼다. 또한 누적된 이용자들의 수가 제법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사이트의 평점 역시 무척 높아 안심이 갔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욕실이 딸린 1인실을 쓸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무엇보다도 북카페에서 인문, 문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북토크 프로그램들을 보니 주인 분들의 성향에 신뢰가 갔다. 더욱이 마침 마무리 지어야 할 글쓰기 작업이 있었기에 이를 매듭짓기에 적절한 장소로 보였다.
숙박지를 결정하면서 여행지를 결정하게 된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과연 관철시킬 수 있을지 바로 현실을 타진했다. 다행히 친정부모님의 도움으로 2박 3일 동안 여행이 가능했고, 바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너머 파란 하늘과 청정한 녹음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는 그곳을 꿈꾸며 일상을 지냈다. 그런데 여행일자가 다가올수록 서울의 공기질은 더욱 악화됐다. 제주 역시 국외발 미세먼지의 공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서울에 비견할 바는 아니었다.
드디어 출발 당일. 김포 공항에서 다행히도 큰 지연을 겪지 않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 타는 비행기가 얼마만인가. 음료수 한 잔 나오지 않는 짧은 행로였지만 그래도 설레었다.
비행 중인 동체에서 뻗어 나온 측면 날개는 언제 봐도 찍고 싶다. 지금 날고 있음을 더할 나위 없이 체감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이미지이니까. 그래. 아직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