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조직 이야기. 원전 비리, 미생 처럼 기업 내에 벌어지고 있는 사내 정치, 승진을 둘러싼 협잡과 갈등, 인간사의 온갖 악의 에너지들이 집적된 회사 이야기. 뭐 그런 느낌인데 어느 누구도 선인으로 그리지 않고, 적당히 교활하고 이기적이며 욕망투성이인 사람으로 그려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매우 많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가 주는 불편감이란 게, 저자의 연령대/젠더 감수성/사고방식을 어느정도 추론할 수 있게 전개되기 때문인건진 모르겠는데(저자의 문체, 존재감이 자꾸 행간으로 불쑥 튀어오르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의 속도감, 날렵함, 필치를 배움.
사내 정치 이야기가 문학이 될 수 없는 이유랄 게 있을까. 너무 풍속/세테적이어서? 보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어서? 드라마에나 어울리는 소재라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서? 잘 모르겠는데 맨 앞부분의 승진을 두러싼 사내 정치 이야기는 활자로 읽기가 버거웠음.
작가의 말이 좋다.
황야에 홀로 선 개인의 운명은 위태롭다. 우리가 조직을 만들어 협력하는 이유는 예측가능성을 높여 일상을 지키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조직 논리는 공공의 이익과 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의 조직 논리가 그런 공동체 의식에 바타을 두고 있는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우리는 연대하고 일상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는가. 그에 관한 의문이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