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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Oct 15. 2023

자의식에 대해

은유로서 취재

사진이든, 인터뷰든, 글이든, 뭐든. 언젠가부터 ‘자의식’이 너무 강한 사람. ‘자신’을 뽐내고자 하는 야심이 진한 사람을 보면 한걸음 물러선다. ‘주체’가 ‘나’로 시작하는 모든 것에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그런 사람이 주는 에너지에 기가 빨린다. 그건 내가 너무 그런 사람이어서, 쉽게 교만해지고 오만해지는 부족한 사람이어서 그런걸지도.   


특히 글쓰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쓴 글을 읽는게 나는 너무 괴롭다(왜 그런건진 차차 고민해봐야)


그러니까 겸손한 건 쉽지 않은 것이고,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모두 다 ‘자기 알아달라고’ 난장을 치는 소음에 귀가 얼얼하니까. 경쟁하고 비교하고 거기서 우위에 서려고 아우성인 사람들을 원거리에서 보면 간혹 섬뜩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미흡하고 불완전한 나는 특히 나를 잊어야 한다. 더 낮추고 성찰하고 겸손해야 한다.            


聖요한 병원

                  詩集 '게 눈 속의 연꽃' 中에서  

황지우

     

결국, 사람이란 自己(자기) 알아달라는 건데

그렇지 못하니까 미쳐버린 거다

권력도

부부싸움도 그렇다

自己 알아달라는 痴情(치정)이다

景福宮(경복궁)도

올림픽도 그렇다

전화박스 뒤에서 소년이 어른을 칼로 찔러 죽인 것도

김영삼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자기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처남은 신발장 장화 속에 술병을 감춰두고

술을 너무 마셨던 것이다

요즈음은 抗(항)우울증 알약을 먹고

병원 뒤뜰에서 잉꼬, 문조 따위를 키우고 있다

여자만 보면 자기의 자지를 꺼내 보인다는 목수 김씨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웃지 않고

나는 웃었다

병원을 나올 때에야

門(문) 앞에 흰 석고 聖者(성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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