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샌드위치
“엄마가 오픈샌드위치 만들어줄게”
“샌드위치면 샌드위치지 왜 오픈이에요.”
“뚜껑을 안 덮을 거거든.”
“몰라요 나 게임할 테니 맘대로 해요”
아들은 소파에 앉아 작은 폰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했고 나는 커피와 마실 브런치를 만들 생각에 들떠있었다.
아침부터 코스트코에 가서 호밀빵을 사 왔기 때문이다.
소화도 잘되고 혈당도 안 올라가고, 그래서 다이어트가 된다나 뭐라나.?
나는 우선 오픈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냉장고에서 며칠 전 사둔 오이를 꺼냈다.
“이건 오이가 꼭 들어가야 돼. 그래야 맛있지”
나는 아들 보고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하지만 아들은 나의 말을 혼잣말로 결정해 버렸는지 듣는 체 마는 체 게임에만 집중한다.
채칼은 냉장고장 맨 위 선반에 있기에 의자까지 받쳐두고 올라가 힘들게 꺼냈다.
매 해 이맘때만 사용하는 채칼. 그래서 거의 새거. 칼 날도 정말 날카롭지요.
오이 가시엔 세균이 많다기에 굵은소금으로 벅벅 닦아내고는 칼로 살살 긁어내주어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채칼에 바로 어슷 기울여 밀어 내려갔다.
슥슥
칼날이 새거라 잘도 잘려 내려간다.
점점 짧아지는 오이.
내 손이 쥐어진 오이가 점점 짧아진다.
”이 걸 다 썬 후엔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짝 빼기만 하면…“
나는 아들보고 좀 들어달라고 큰 소리로 나의 요리 진행과정을 입으로 말하면서 오이를 채 썰고 있던 중에..
나의 귀에 비명 소리가 들린다.
“으악~!!!!”
이건 다른 사람의 비명이 아니고 나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즉 나의 비명이다.
나는 소리부터 지르고 왼손으로 오른손 엄지를 움켜쥔다.
“윽”
이젠 방금 오이와 함께 갈려진 나의 엄지손끝자락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아픈 통증보다는 갈려진 느낌. 바로 그 소름 끼지는 느낌에 신음을 내는 거다.
여태 나의 혼잣말을 귀등으로도 안 듣던 아들이 한 손에 여전히 폰을 들고 온 채 나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엄마”
“갈렸어. 내 손!”
“당장 병원 가자. 내가 데리고 가주께”
“요한아, 엄마 혼자 다녀올 테니 그냥 집에 있어. 별거 아냐”
나는 급하게 지혈용 밴드를 붙이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처치를 받고 밴딩으로 인해 엄청 커진 내 엄지손가락을 쳐다봤다.
“물 묻히지 마세요. 15분 이상 상처부위를 눌러 지혈하세요.”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잠시 뭘 해야 하나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다시 시작된 오이 채썰기.
“엄마 지금 뭐 해?”
“오이 썰어”
“엄마 방금 다쳐서 병원 다녀와 놓고 뭐 하는 거야?”
“어 진짜 위험한 부분이 밴딩처리 돼서 채 써는데 이젠 위험하지가 않아서”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듯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게임모드로 들어갔다.
[[오이 샐러드]]
오이 2개 어슷썰기(손조심)
소금 2스푼을 넣고 20분 절여주기
20분 뒤 물기를 꾹 짜준 후 볼에 넣기
크래미 5개를 얇게 찢어주기
삶은 계란 3개를 으깨주기
마요네즈 또는 무설탕요구르트 2스푼
머스터드 또는 홀그레인소스 2스푼
완성된 오이샐러드
맛을 보니 방금 전 다친 손의 통증이 사라진다.
“아웅 맛있어.”
여전히 아들은 내 말에 관심 없다.
딸들이었으면 벌써 달려와서 엄마가 만드는 걸 관심 갖고 맛을 보겠다고 했을 텐데.. 그래도 바쁜 딸들이지만 둘이나 있어 다행이다.
호밀빵을 토스트기에 넣어 구워주었다.
버터에 구워도 봤는데 정말 살찔 것 같아서 노선을 변경했다.
구운 호밀빵에 체다치즈 한 장을 올리고 그 위에 오이샐러드를 올려봤다.
음~ 정말 맛있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요한아 와서 이거 좀 먹어봐”
“나 지금 입맛이 없어요. 나중에 먹을게요”
“치사하다.”
[딸, 어디야?]
나는 둘째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2 정거장만 가면 도착이에요]
[그럼 엄마가 지하철역까지 바로 차 끌고 갈게 기다려]
나는 손만 대충 털고 딸을 배웅하러 지하철역으로 갔다.
“반가워 딸. 아침부터 고생 많았어”
“하루종일 아몬드 말고는 먹은 게 없어요. 배고파요”
“엄마가 딸 좋아하는 거 만들어 놨어. 얼른 집에 가자”
“음, 맛있어요. 정말 내 입맛에 딱 맞아요. 매일 먹고 싶어요. 자랑하려고 사진 찍어서 업로드했어요.”
모든 표현은 그야말로 100점짜리다.
내가 딸을 잘 낳았지.. 그 이후로 집에 도착한 큰 딸은 정말 소중하게 두 손으로 잡고는 야금야금 맛있게도 먹어준다.
오늘도 반은 성공이다. 두 딸과 남편이 맛있게 먹어주니깐.
아들은 대충 먹고는 방으로 가 버렸다.
“한 개가 남네. 이건 내가 내일 먹어야겠다.”
다음 날 아침, 주방으로 나와보니 텅 빈 접시.
“어디 갔지?”
“아, 그거 맛있길래 어젯밤에 양치하기 전에 먹어버렸어요.”
표현은 감질나지만 맛있다고 해주니 좋은 건 똑같다.
손은 다쳤지만 그래서 앞으로는 채칼보다는 직접 칼로 썰 테지만 이런 예쁜 브런치 자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하고 싶다.
우리 가족들이 표현해 주는 모든 말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