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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May 19. 2021

강지혜, <유성>

사랑과 타이밍에 관하여



떨어지는 별을 함께 보았지 

그날 밤 

내 어깨를 쓰담듬던 건 

너의 손?      


굳게 닫힌 너의 눈꺼풀을 본다 

나에게 말하는 너를   

   

네가 물었지 

시는 언제 써? 

누군가 미워지면 시를 써 

너는 매일 밉고 

매일 사무치게 그리워서 

     

복통과 함께 사랑이 오고 

찬물을 나눠 마시며 

사랑을 떠나보냈다 

단 둘이서     

 

나는 네 이름을 정말 아는 걸까 

같은 비누를 번갈아 쓰면서 

우리가 점점 작아질 때     

 

원인 모를 내 두통과 

너의 환멸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다고    

 

좁은 침대에 부대끼는 

나의 허벅지와 너의 종아리가 

매일 밤 다른 꿈을 꿔 

네 개의 다리가 

서로 다른 결말을 준비하겠지   

   

오늘 떨어진 저 별이 지금의 별이 아니란걸 알지?     

 

머나먼 과거의 빛이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     

 

아, 고통이 고꾸라진다     

 

멀미가 나   

   

까만 밤    

 

떨어지는 별과 

별의 평생을 훔치는 나 

그리고 너     

 

그 찰나      


저 별은 어디로 가? 

네가 묻고 

다시는 이어지지 않을 거야  

    

먼 미래의 나는 

입을 꾹 다물었네     


      

강지혜, <유성>, 현대시학 579호에 발표, 민음사 매일과 영원 에세이 시리즈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수록




사랑과 타이밍에 관하여 


타이밍‘도’ 사랑일까? 타이밍은 운명일까, 운명을 개척해 필연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인연은 오기로라도 타이밍을 개척해 놓친 타이밍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애인을 만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타이밍은 서로의 상황과 마음이 모두 다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우연이 엮이고 엮인 운명이라 애쓰고 애써도, 나의 노력만으로도 바뀔 수 없는 것이었다. 나에겐 한때 운명처럼 여겨진 사람이 있었지만, 그에게 나는 그의 삶의 잠깐 머물다가 간 사람이 되었다.           



떨어지는 별을 함께 보았지 

그날 밤 

내 어깨를 쓰담듬던 건 

너의 손?

 

(중략)     

떨어지는 별과 

별의 평생을 훔치는 나 

그리고 너     

      

우리 관계의 끝은 어쩌면 ‘떨어지는 별’이라고 정의했다. 나의 짝사랑이었으니 함께 별이 되어 밤하늘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버린 관계라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인지했을 때 그와 같은 사람이라면 나의 평생을 주고 싶을 만큼 마음이 커졌다. 그도 내 마음을 알고 있기에 동시에 자신을 향한 마음을 접고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와 함께한 기억을, 그를 평생 추억하겠다고 언젠가 다짐했다.     

       

굳게 닫힌 너의 눈꺼풀을 본다 

나에게 말하는 너를     

 

네가 물었지 

시는 언제 써

누군가 미워지면 시를 써 

너는 매일 밉고 

매일 사무치게 그리워서   

   

복통과 함께 사랑이 오고 

찬물을 나눠 마시며 

사랑을 떠나보냈다 

단 둘이서      


그와 함께한 시간을 돌이켜볼 때, 나는 그를 미운 만큼 좋아했고 좋은 만큼 미워했다. 그를 향한 원망과 환희가 느껴질 때,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글을 썼다. 마음을 꾹꾹 눌러 쓰며 쓴 일기 마지막에는 그럼에도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고 후회가 없을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그를 좋아하자고 적었다. 그렇게 한 권을, 그리고 또 반을 더 그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고, 좋아하면서 동시에 그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했다.     


나는 네 이름을 정말 아는 걸까 

같은 비누를 번갈아 쓰면서 

우리가 점점 작아질 때 

     

원인 모를 내 두통과 

너의 환멸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다고   

  

좁은 침대에 부대끼는 

나의 허벅지와 너의 종아리가 

매일 밤 다른 꿈을 꿔 

네 개의 다리가 

서로 다른 결말을 준비하겠지      


나는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는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마음 동시에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나는 그에게 연인의 감정으로, 그는 나에게 친구로서의 감정으로. 결국 우리는 서로가 존재하는 걸 알아도 서로를 몰랐던 그 이전의 세계로 진입했다. 나는 그를 제대로 알았을까? 그를 좋아하는 것인지, 그와의 시간을 좋아한 것인지, 그를 좋아한 나를 좋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6개월을 그와의 시간을 돌아보며, 그에게 고마움이 남았을 때 전화를 했다. 좋은 친구였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우리와의 관계를 끝맺을 수 있었다.       


저 별은 어디로 가

네가 묻고 

다시는 이어지지 않을 거야      


여전히 기억에 남는 그와의 대화가 있다. 인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그는 인생은 선이고, 선과 선이 어느 교차점에 만났다가 다시 쭉 뻗어 나간다고 말했다. 직선으로 향하다가 또 어느 교차점이 생기고 교차점을 지나 선은 계속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언젠간 끝이 날 우리의 관계에서 서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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