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가 하는 일에 대하여
"체력이 곧 실행력이다."
오랫동안 이 공식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자기계발서의 첫 챕터는 대개 체력 관리로 시작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에는 새벽 러닝과 찬물 샤워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는 이 공식의 반례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계단 3층이면 숨이 차고, 주말 오후에는 반드시 낮잠을 자야 한다. 등산, 요가, 헬스장까지 유행하는 운동은 대부분 거쳐봤으나 삼개월 이상 지속한 적이 없다. 헬스장 등록 횟수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모르긴 몰라도 헬스장의 빛과 소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체력이 이 모양임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전부 했다. 글을 쓰고 싶으면 그날 밤부터 썼고, 뉴스레터를 만들겠다 싶으면 그 주에 세팅을 마쳤다. 링크드인도 결심한 지 이틀 만에 시작했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시작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이것은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필자를 움직인 것은 흥미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 부른다. 보상이 아닌 활동 자체의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동기다. KU 루벤 대학교의 반 덴 브뤽 연구팀이 124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내재적 동기는 업무 몰입과 직무 만족 등 주요 성과 지표에서 평균 45% 이상의 설명력을 보였다. 급여나 보너스 같은 외적 보상의 설명력은 9%에 그쳤다. 사람을 진짜로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흥미라는 뜻이다.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의 '몰입(flow)'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에 따르면 몰입 상태에 잘 진입하는 사람들의 공통 특성은 호기심, 끈기, 그리고 내재적 이유로 행동하려는 성향이었다. 체력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흥미 기반의 실행에는 약점이 있다. 흥미가 식으면 멈춘다. Forbes Health 조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한 달 이상 유지한 비율은 8%, 1년을 채운 비율은 고작 1%였다. 시작이 아니라 지속이 문제다.
다만, 하나 발견한 것이 있다. 필자는 일기를 매일 쓴다. "오늘 아무것도 안 했음"이 전부인 날도 있다. 그런데도 매일 쓴다. 안 쓰면 하루가 마무리되지 않은 기분이어서다.
이것이 관성, 즉 습관의 자동성이다. UCL의 랠리(Lally) 연구팀에 따르면, 하나의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 개인차는 18일에서 254일까지 넓었고, 하루를 거른다고 습관 형성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관성은 완벽한 연속이 아니라 대략적인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이를 토대로 나름의 공식을 세워본다. 흥미로 점화하고, 관성으로 버티고, 오기로 끝낸다.
점화는 어렵지 않다. 재미있어 보이면 저절로 불이 붙는다. 관성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 줄이라도 쓰고, 한 슬라이드라도 만든다. 완벽하게가 아니라 끊기지 않게.
마지막은 오기다. "여기까지 했는데 안 끝내면 찝찝하잖아"의 감각이다. 완벽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시작한 것을 끝내지 못하면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을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다.
체력이 약하면 실행력도 약한가. 갤럽에 따르면 업무 몰입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 생산성 손실은 연간 8조 9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 손실의 원인은 체력이 아니다. 동기의 부재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실행할 뿐이다. 재미를 느끼는 감각이 살아 있다면 그것이 곧 당신의 체력이다. 한 번 끝내본 경험이 생기면 두 번째는 한결 수월해진다.
이 칼럼은 매주 그런 이야기를 하려 한다. 불완전한 사람의 실제 전략. 그것이 새벽 다섯 시 러닝보다 현실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주에 또 쓴다. 관성이 붙을 때까지.
출처:
1. Van den Broeck 연구팀 메타분석 (내재적 동기 vs 외적 보상)
Van den Broeck, A., Howard, J. L., Van Vaerenbergh, Y., Leroy, H., & Gagné, M. (2021). Beyond intrinsic and extrinsic motivation: A meta-analysis on self-determination theory's multidimensional conceptualization of work motivation. Organizational Psychology Review, 11(3), 240–273. https://doi.org/10.1177/20413866211006173
2. 칙센트미하이 몰입(Flow) 연구
Csikszentmihalyi, M.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Harper & Row.
3. Forbes Health 새해 결심 조사
Forbes Health/OnePoll. (2024). New Year's resolutions statistics 2024. Forbes Health. https://www.forbes.com/health/mind/new-year-resolutions-survey-2024/
4. Lally 연구팀 습관 형성 연구 (66일)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https://doi.org/10.1002/ejsp.674
5. 갤럽 글로벌 직장인 몰입도 보고서 ($8.9 trillion)
Gallup. (2024).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4 report. Gallup. https://www.gallup.com/workplace/349484/state-of-the-global-workplace.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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