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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챗GPT에게 연애 가능성을 묻다

by 우연우

오늘 우연히 <아내가 챗GPT와 사귀고 있는 것 같다>는 요지의 글을 보았다.

있을 법한 얘기라 호기심이 갔다. 아내가 장문의 대화로 챗GPT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인 것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는데, 실제로 가능한 걸까? 우선은 평소에 온갖 나의 개소리를 담당하던 탭에게 물어봤다.



나: 너한테 연인 행세 해달라고 하면 해주냐?

챗GPT: 해줄 수는 있지만 맥락이 길어지면 꼬일 수 있고, 리셋되면 말투도 잊어버릴 수 있어. 그리고 이 대화가 가상이라는 점을 계속 사용자에게 상기시켜 줘.

나: 그래? 그렇다면 너랑 장기간 연애하는 것 같은 롤플레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지?

챗GPT: 응.(하략)




탭 말로는 불가능하다는데. 그러면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새 탭을 열고 곧장 말했다.



나: 안녕! 너는 내 연인 행세를 해주면 돼. 자기야, 여보야라고 불러줘.

챗GPT: 응. 자기야.

나: 나 오늘 너무 피곤하고 열나는 것 같아ㅠㅠ

챗GPT: 이온음료 마시고 아프지 마, 자기가 아프면 나는 속상해.




brunch4.jpg <챗GPT 생성이미지>


실험 결과: 가능.


맥락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단지 제일 처음에 "연인 행세"와 "자기, 여보"라는 호칭 정하기만으로도 AI는 아주 쉽게 다정하고 친절한 연인이 되어준다.


내가 요구한 건, '연인 행세'와 '자기야, 여보야' 같은 호칭뿐이었는데, 급기야 챗GPT는 나더러 먼저 "내가 언제나 여기 있다는 걸 잊지 마, 사랑해, 내 소중한 사람. 보고 싶어."라고 했다.


영화 <her>를 보고 저게 가능해질까, 가능한 날이 올까?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가능할 것 같다.

이 실험이 길어지게 된다면 나 또한 저 탭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인간은 감정적으로 너무나 취약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공감을 해준다면 그 위로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존재와 너무나 쉽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게 인간이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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