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안 되니 이런 방법이라도 해보기로 했어요
무직이 된 지도 벌써 일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너무 신나고 좋았어요.
평일에 은행에 갈 수 있다는 것,
평일에 마음대로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
또 평일에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전시회, 박람회, 미술관을 갈 수 있다는 것.
내 행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점점 일어나는 시간은 늦어지고, 졸리면 일단 누워서 잔 다음에 고민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살기를 벌써 일년.
저는 그렇게 '쉬었음 청년'이 되었어요.
아. 아무도 저를 청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요. 그냥 '쉬었음 아줌마'로 합시다.
이상하네, 서류 통과 타율은 이렇게 좋은데, 면접 타율은 왜 이렇게 낮죠?
이게 단지 정말 경제가 어렵기 때문일까요?
슬슬 자존감에 문제도 생깁니다.
경제위기가 나라에만 오는 게 아니라 저에게도 옵니다.
아. 없어요. 돈이.
뭐 그래서 어쨌든.
곧 죽어도 험한 일은 안 해보고 곱게 자란 터라 알바도 꼭 저같은 거만 지원해서 다 떨어졌어요.
어쩌면 좀 어려운 일에 지원했으면 합격했을지도요.
그렇게 저렇게 일년이 됐어요.
아...
끝내, 급기야 저는 저 스스로를 '스텔스모드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기분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독립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는 중이야.
라고 생각하니까 말이죠.
어쨌든 이름도 만들고, 실체는 없지만 로고도 만들었어요.
어쩌면 진짜가 될 지도 모르죠.
하여간 저는 그래서 오늘부터 Founder가 되었습니다.
매출은 없지만, 창업자가 되었습니다.
컨텐츠도 상품도 없지만 하여간 창업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