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러면 내 인생이 망했나?
저도 몰랐어요. 이렇게까지 재취업이 안 될 줄은.
재취업 안 됐으니까 이제 그럼 울어야 할까요?
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요?
저는 사실 좀 그런 거 같아요. '이것도 신의 뜻이겠거니.'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꽤 열심히 지난 시간 동안 재취업 준비를 했지만 여태까지 안 됐다면 그 또한 다른 의도가 있는 거겠죠.
저 높으신 분이 보기에는 제가 뭔가 다른 할 일이 있다고, 보셨을 수도 있죠.
그래서 저한테 다른 길을 좀 찾아보라고, 알아보라고 재취업이 안 되는 걸 수도 있죠.
그냥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제 인생이 망했나요?
커리어가 꼬였나요?
12년 동안 일한 경력이 물경력이 되고,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 되었나요?
아니죠.
난 여전히 12년의 경력이 있고, 뭘 하든 하면 되죠. 단지 뭘 할지 아직 못 찾았을 뿐이죠.
근데 그걸 되게 단정적으로 '커리어 꼬였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특히나 헤드헌터 분들이 그런 류의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저는 그런 단정적인 얘기에 조금 부정적이에요.
왜냐고요?
기나긴 인생에 꼬인 게 어딨겠어요?
제가 뭐 범죄를 저지르길 했나요, 아님 도박을 하길 했나요?
그저 무직인 걸.
그거 가지고 요즘 취업 시장이 어렵고 뒷 일 생각 안하고 나오면 커리어 꼬이니까 지금 회사에 무조건 '스테이'하세요. 이런 류의 단정적인 조언은 솔직히 꼴보기 싫습니다.
뭐, 그건 제가 무직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유직이었어도 그런 류의 조언은 싫어했어요.
아. 그래서 제가 자기계발서를 안 읽나봐요.
사람의 삶은 전부 다 다른 모양새인데, 이것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본인이 아는 한에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죠.
우울증에 번아웃, 공황장애까지 왔는데 그래도 회사에 '스테이'해야 할까요?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는데 그래도 '스테이'해야 맞는 걸까요?
유서에 나를 괴롭게 한 사람들 이름을 적고 죽을 거야, 생각까지 했는데 그래도 '스테이'하는 게 정답일까요?
그 정도까지 생각했다면 뒷일은 생각말고 빨리 뛰쳐나오는 게 정답입니다.
언제나 '스테이'가 정답은 아닙니다.
살아있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그런 소리하는 사람들은 전부 언팔로우 했어요.
그 사람이 아무리 팔로우가 많은 인플루언서라도 제 입맛에 안 맞으면 그만이죠. :)
유직이 될 때까지 무직일기는 계속됩니다.
근데 왠지 한 평생 연재 중일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