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백수의 바쁜 나날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이력서를 뿌린 만큼 면접 제의를 받았어요.
논밭에 씨 뿌리듯 뿌렸거든요.
어.. 정말 감사한 일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이에요.
어차피 떨어질 건데 가야하나?
그냥 또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닌가?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면서 방어기제가 발동된 것 같아요.
지난 번에는 한 주에 면접을 4번은 본 거예요.
일주일이 주 5일인데, 저는 4일을 면접을 본 거죠.
겹치지 않게 촘촘히 본 것도 정말 웃기지만요.
동서남북으로 정신없이 다닌 것도 정말 웃기지요.
어느 날에는 광화문에,
또 어느 날에는 강남에,
또 어떤 날에는 선릉에서, 종로에서.
부지런히도 다녔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제가 원래 유지하던 루틴이 완전히 망가지더라고요.
오전에는 뭘 하고, 오후에는 뭘 하고 이런 것들이요.
백수지만 루틴이 있습니다.
하여간 그러다보니 너무 괴로운 거예요.
아,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 면접도 봐야하고, 내일 있을 면접 준비도 해야하고.
뭐 그런거죠.
그 와중에 몇 번은 영어면접이어서 죽을 맛이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요.
어차피 떨어질 건데, 영어면접을 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여간 영어 면접도 계속 보다보니까 이력이 나더군요.
어, 대충 이걸 묻는 거 같군?
하면서 때려 맞춰 대답하고.
잘 이해 안 가면 되물어서 대답하고.
이제는 영어면접도 자신있습니다.
백수지만 바쁜 나날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전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