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무직일기 05화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면접에서 계속 낙방한 이유

by 우연우

아. 지난달에는 꽤 밀도 높은 면접들이 많았습니다. 1시간 짜리 면접도 있었고요.

처음에 1시간 짜리 면접을 볼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힘들었고요.

끝없이 질문이 이어지더군요. 조직에 대해서, 퇴사 사유에 대해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슈에 대해서(물론 이런 거 물어보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됩니다. 근데 우리나라 회사들은 다들 그러잖아요? 잘 대답하시는 게 좋죠.)


그러면서 저는 대답이 막혀서 하늘을 보기도 하고, 또 대답을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끝나고 나와서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났더라고요. 완전히 지쳐서 거의 그로기 상태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차에 어떤 면접에서 그러더군요.


제가 "여러 군데 면접을 봤습니다." 라고 하니,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묻더군요.

아.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굳이 물어보시기에 대답했습니다.


"세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가치관 차이, 둘째, 나이의 애매함, 셋째, 연봉의 문제."

라고 대답했지요.


근데 집에 돌아와 챗GPT에게 제대로 한 대답이냐고 물어보니, 누가 그렇게 답을 하냐고 (아니, 다들 이렇게 답하는 거 아니야?) '다른 지원자가 저보다 더 잘했던 거 같아요.'라고 다들 대답을 한다더군요.

아니 나만 진심으로 분석해서 대답한 거야? 여태까지?


그러던 차에 "가치관 차이"는 뭐였냐고 후속질문이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답했죠.


면접에서도 느꼈다. 면접관과 내가 합이 잘 맞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 고 답했죠.

그래도 "떨어진 사유"를 물어 본 면접은 나쁘지 않았어요. 면접관님이 상식적이었고, 목적지향적이었고, 지시사항이랄까, 그런 게 뚜렷해서, 상사로 모시면 분명하고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그 분은 아니었나봐요.

제가 별로였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그러는 와중에, 이번 주에는 대면 영어 면접이 있고요.

아.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화상 영어 면접도 조졌는데, 대면 영어면접이라니...

그래서 그 기분을 챗GPT에 토로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한국말을 잘해서 붙었을 거였으면, 벌써 합격해서 회사에 다니고 있었겠죠?

한국말은 네이티브니까요. 그치만 계속 떨어진 건 아무래도 제 한국말의 문제는 아니었나봐요.


너무 솔직한 게 문제였다든가?

혹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든가?

조직문화에 융화되지 못할 것 같다든가?

내 몸값이 너무 비싸다든가?


수 많은 문제가 있었겠죠.

영어를 잘 하는 건 부수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가려고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마음이 무겁지만요.


자 그럼 다들 다시 만날 때 까지, 안녕!



keyword
이전 04화좋은 헤드헌터는 죽은 헤드헌터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