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돌고 돌아 겨울에는 붕어빵.

이젠 혼자 아닌 둘이.

by 박하준

한파는 지났지만, 아직 추운 2월이었다. 나와 영주는 손을 잡고 붕어빵 가게에 갔다.

나만의 아지트였지만 이제는 영주와 나 둘의 아지트이다. 가게 외관은 여전히 허름했다.

하지만 우린 그 허름함이 좋았다. 그 허름함 안에는 따뜻함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단골손님 두 분 다 오셨네요.”

“네. 저희 사실 겨울이면 항상 붕어빵 사 먹거든요.”

“오늘도 똑같이 드릴까요?”

“네! 슈크림 2개 팥 2개 주세요!”


젊은 여자 점원은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봄이면 오는 꽃샘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함이었다.

이제 이 따뜻함도 얼마 남지 않았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꽃이 피는 3월이 오면 붕어빵 가게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날이 추워져 붕어빵이 생각날 때쯤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한동안 이 공간에 갈 수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많이 가둬야 한다.


“아 이제 얼마 안 남았네….”

“그러게…. 남은 기간동안 맨날맨날 오자.”

“콜.”

“주문하신 붕어빵 나왔습니다.”


여자 점원의 따뜻한 말에 나는 서둘러 붕어빵을 가져왔다. 오늘도 먹기 좋게 노릇노릇 구워졌다.

우린 이제 팥 슈크림 둘 다 먹는다. 영주는 슈크림, 나는 팥을 집었다.

그리고 호호 불며 천천히 한입 베었다. 안에서는 우리를 항상 설레게 하는 슈크림과 팥이 듬뿍 나왔다.


“호…. 호. 아 뜨거워.”

“바보. 천천히 먹어.”

“히히. 응.”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 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영주를 다시 만난 것이었다.

이 공간은 추운 겨울 나와 영주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꽁꽁 언 마음도 녹여주었다.

그래서 우리한테 이 붕어빵 가게는 특별하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가 하나 있다. 사장님의 정체였다.

처음 봤을 때 낯이 익던 사장님. 그리고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사장님.

궁금한게 많지만, 아무렴 좋다. 지금 내 앞에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기 때문에.


영주는 붕어빵 꼬리를 입에 넣었다. 볼이 햄스터처럼 빵빵해졌다.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뭐야 이서하! 왜웃어!”

“그냥. 자꾸 웃음이 나네”

“내 얼굴에 뭐 묻었지!”


봄이 오고 선아는 반달곰과 결혼하게 되었다. 식장은 야외여서 그런지 예쁜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제일 이쁜 건 선아였다.

선아는 만개하기 전 새하얀 벚꽃 같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선아를 진심으로 축하 해줬다.


“오선아 이쁘다!!!!!”


내 목소리에 선아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었다. 선아의 손을 잡고 반달곰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원래도 한 덩치 하는 반달곰이지만, 오늘따라 그의 등이 더욱 듬직해 보였다.

듬직한 그라면 분명 선아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았다.


대망의 부케를 던지는 시간이 왔다. 선아는 나에게 싸인을 보냈다. 그리고 부케가 던져졌다.

나는 부케를 받기 위해 달리던 중 벚꽃에 미끄러졌다. 쾅. 다행히 부케는 잡았다.

서하와 선아가 놀라 뛰어왔다.


“영주야 괜찮아???”

“으이구. 서영주 이 바보. 조심 좀 하지.”

발이 살짝 삔듯했다.

“걸을 수 있겠어?”

“아니…. 아파.”

“얼릉 업혀!”

서하는 나를 업기 위해 무릎을 받히곤 앉았다.

“히히. 내 남친 최고!”


나는 이제 언제든 업힐 등이 있다. 나만의 등은 넓고 아늑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우릴 보며 멀리서 선아와 반달곰은 흡족하게 웃었다. 우리도 언젠간 저들처럼 연애의 결실을 맞을 날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할 날이 오겠지.


앞으로 우리 연애에 많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이 남자의 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의 손을 잡고 그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이다.


인연이란 정말 있을까? 이제는 그 인연이라는 걸 조금은 믿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