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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Aug 06. 2023

뻔함과 공허함의 해결책

결론마저도 뻔하다!

 도파민에 취약한 인간의 장점은, 지나간 뻔함을 "스스로가" 반복하기를 특히 꺼려하는 것이다. 들었던 반복된 표현들이 진부하다고 느껴질 때 그 표현을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써도 좀 더 살을 붙이거나 변형을 주어서 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개그 코너의 컨셉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그 포맷을 변형시키고, 유행어를 조금 비틀어서 맛깔나게 살리는 것처럼. 



 오늘 밤이 깊어갈 적에, 문득 회사 직원들끼리 온라인 동아리가 운영되는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이름은 라이팅 클럽인데, 그냥 서로 글쓰는거 공유하는 자리이다. 시작한지 한 두 달 정도 되어 시들해져서 서로 이제 댓글도 많이는 안달아준다. 이 또한 이 공간이 주는 재미가 떨어져 뻔해진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참 영원한 건 없다. 지디의 "삐딱하게"의 영원한 건 절대없다는 가사와 넬 "Good night"의 때론 영원한것도 있는 법이라 했다는 그 상충하는 가사 떠오른다. 


 

 최근엔 하고 싶은게 확 줄었다. 먹고 싶고 하고 싶은거 다 그저 그렇다. 내가 그동안 오랫동안 지속해 왔던 취미들 또한 뻔해졌기 떄문일 거다. 사람들 앞에서 치면서 인정받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면 또 활력이 생기긴 한다. 하지만 그건 오래된 전자 기기처럼 점점 배터리가 소진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기타도 요즘은 몇곡 치다가 걍 줄을 풀고난 내려놓게 된다. 소개팅으로 현자타임을 몇 번 겪어보고 더 반복하지 않는 그런 느낌처럼, 그동안 새로움으로 다가왔던 것들이 권태로 변신하니 그런걸꺼다. 근데 글을 계속 쓰는건 수단으로써의 의미만 존재하는 매개물이기 떄문이 아닐까?


 요즘 뭘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동료 직원들께 밥먹으면서 가벼운 상담을 받아본적이 있다. 그러자 너무 일을 열심히하고 여자친구가 없어서겠지 않겠냐고 하더라. 한달쯤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단순하고 쉽고도 해결은 어려운 해결책이 나에게 해답이 맞다. 나는 요즘 삶에서 특별하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다, 누구에게 마음을 전달해서 기쁘게 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잘 들지를 않는다. 가족들은 점점 불편해지고, 친구들은 보고싶고 같이있을 떄 즐거운 정도 인것 같다. 요즘은 자의식도 별로 없어서 심지어 나까지도 꽤나 내려놓은 것 같다. 뭐 자존감이니 날 사랑해달라느니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여자친구도 여자친구인데 일상 속에 흐르고 흩뿌리고 부유하는 사랑이 녹아 있지 않으니 윤활유가 없이 작동하는 기계처럼 감성이 삐걱댄다. 사랑이 중요하고 사랑이 필요하다. 땅을 파다가 발견하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질리 만무한 이 추상적 가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사랑이 기준치 미달이다. 



"연애하고 싶다"는 그냥 뻔한 이야기를 꽤나 복잡하게 했네. 허나 나이들수록 사랑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자꾸 자존심만 늘고 나이들수록 사람이 수동적으로 바뀌는게 느껴지다 보니 이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조금만 더 열자, 열자. 가끔은 그냥 "아님말지" 하지 말고, 조금만 더 매달려 보자.



 참 나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 본성이 진지해서 이유 없이 가볍게 뭔가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신중한 내가 좋다 좋다 맘속에 떠들었지만 아직도 나는 이런 본성에 대한 단점과 그에 따른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일이 많이 바빴다. 그냥 그래서 남기는 푸념글일 수 있다. 곧 해외여행을 2주간 떠나는데 그러면 다 해결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의 결론. 내가느꼈던 뻔함과 공허함의 해결책은 뻔하게도 사랑이다. 그러니까 이 글 누가 보면 소개팅좀 해주라. 나랑 좀 결이 잘 맞을 것 같은사람이랑 대화 열심히 해보고싶다. 나 정도면 그래도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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