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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Feb 25. 2021

숨(sum)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

숨. 


숨을 내쉰다.


안타깝게도

한 모금 숨은 하찮다.


이곳저곳 숨은 

맘속 절절한 정기를

한 움큼 모아

들이마신 후

다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을.



다시 신나게 들이쉰다.


30조 개 세포가 살아나는 감각의 향연.


다시 내쉴 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하찮은 한 모금 숨이야 넘어가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시간이 없는 시간에

저 멀리 땅과 하늘의 경계선을 바라본다.


저기 저편 붉은 듯 노랗게 빛나 오는 건


나의 여명(餘命)을 알리는 여명(黎明)일까


아니면 새벽 향기의 노을일까.


내가 다가가는 것일까

네가 다가오는 것일까


난 알 수 없다.



그 사이 다시 숨은 살아지고 있다.


그것은 

중뇌 밑 연수가 시키는 일이므로

번뇌 속에 집중의 힘 같은 건 필요 없다.




시간은 감히 오래 지났다.



그 사이 나의 숨이 가빠진다. 걷잡을 수 없다. 보랏빛 심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고프고 애닲던, 생에 대한 미련의 잔재일까. 



나는 숨을 찾는다. 너를 찾는다. 어딘가에도 없는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숨은 나를 아쉬워하지 않고 문도 두드리지 않는다.



눈을 감고 싶지 않다.



감아버리면 다시는 뜰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눈앞에 놓인 두려움에 시야를 하얗게 잃고,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이라던지, 불교의 윤회사상 따위를 떠올린다. 믿고 싶어진다.


 숨은 더 이상 살아지지 않는다. 





눈을 감았다 뜬다.


웬일인지 숨이 달아나지 않았다.


내 곁에 있다.


나는 그저 사랑하고 싶다. 


나의 숨. 

깊고도 평범하고 희미한 빛에서 태어난 옅은 그림자 같은 나의 숨.


나는 나의 숨을 사랑한다. 


나는 숨을 통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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