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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Mar 06. 2021

별(別), 편지#24. 현장학습의 추억

가정통신문을 받고 버스를 타고 현장학습을 떠났지


안녕!




오늘 이 시간에 너에게



약간은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마음에 감사해.





기대감이라는 것이 


낮을수록 좋은 거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기대감이 있어서 


미래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라고 누가 그러더라.



다시 한번, 나에게도, 너에게도


기대하는 마음(정확히는 기대하고 싶은 마음)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고 싶은 날이다.





내 생각에도 요즘


연락이 많이 뜸해졌네.



너를 자주 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보고 싶은 마음 가득 담아 오늘 이야기를 써 볼게.




내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야.





초등학생 시절.


고집 세고 감정에 너무도 충실하던 그때.



선생님과 학생들과의


어렴풋이 남아 있는 기억들.


그중에서,


하교 전 종례 시간에 나눠 주던,



가정통신문.









회색의, 값이 저렴한 종이로 되어 있던,


그 자각자각한 촉감과 나무와 인공적인 무언가가 섞인 듯한 내음을


난 아직도 기억해.


어린 마음에 가끔 맛도 궁금해했었지.




달마다 나눠 주던 월별 급식 차림표.


학기가 끝낼 때마다 나눠주던 통지표.




그중에서도 나는 현장학습 안내문을 유난히도 좋아했어.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교실에서의 생활에서


밖으로 친구들과 선생님과 나가 추억을 쌓는다는 건 


경험이 많이 없는 어린 내게


그 무엇보다 설레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면 우리는


아침에 엄마가 챙겨주는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평소에는 어머니가 깨워 주셔서 


간신히 도착하는 그 학교를


평소보다 훨씬 더 일찍 도착하고,



무언가 다른 북적한 분위기를 초입에서부터 느끼며,



운동장에 주차되어 있는 관광버스들을 


보고 다시 한번 설레었지.









사람들이 여행의 시작은,


준비하면서 들뜬 마음부터라고 하잖아.


나는 그게 남들보다 심해서 




여행 일정 그 자체에 있는 것보다


출발할 때 차에 타고 있는 시간이 훨씬 더 좋았어.



친구들과 함께 별것도 아닌 걸로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며


장난치며 그 마음을 맞이하는 것이



나에게 여정 속에서


가장 진심인 순간이었지.




지금은 나이가 좀 들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어서


혼자 여행하는 것이 가장 익숙해져 버렸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때 그대로 참 좋았다, 그치?






그리고,


소풍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던 길.



내 기억 속엔 그 시간이,


해가 지기 전의 오후,



약간은 어둑하지만 또 노을이 지는 저녁은 아닌


오후 4시쯤이었던 것 같아.


나를 맞이해 주시던 어머니의 얼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걸어 들어가며 어머니의 물음에 


신나게 답변했던 것 같아.



가끔은 친구들과 친구들 어머니와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도 했었지.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나 22살이 되던 해,


나는 한 특수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게 되었어.




그래서 또 버스를 타고 현장학습을 갈 일이 많아졌어.


에버랜드, 서울숲, 하늘공원, 수학여행까지.


임하는 마음은 달라졌지만,


내가 한때 너무도 좋아했던 관광버스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단체로 태우고 가는 관광버스를 볼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춤추어 왔던 거야!






홀로 떠나는 여행,



친구와 떠나는 여행.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여행이라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달라졌지만,




여행이라는 단어보다는


소풍이나 현장학습,


수련회나 수학여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반에서 함께 지내던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떠났던


그 추억이 무엇보다 다르게 느껴지는 건




돌이켜 보면


이제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그 자체로 특별했던 여행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너에게 있어 여행이란 무엇이니?


수많은 기억을 떠올리겠지만,


오늘처럼 독특한 유형의 여정을 떠올려도 좋아.




그것은 너에게 다소 실용성 없어도


따뜻한 마음의 쉼을 가져다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줄일께!



언젠가 너와 함께 어디든 떠나고 싶은,



나를 다시 만날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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