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초봄,
즐겨 입고 다니던
코발트빛 셔츠와
그 위에 걸쳐 입던 군청색 외투.
오랜만에 꺼내어 본다.
피어 나오는
오래된 목재와 먼지가 섞인 듯
퀴퀴하지만
시원한 내음.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는 내 눈.
여기 이곳엔
시간이 일 년간 멈춰 있었구나.
짧은 생각을 보내고
나는 오른손으로 그 외투를 잡고
왼 팔을 소매에 넣고
나머지 오른팔로 반대편 팔을 만들어
이제는 거울 속의 그 옷을 바라본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저 습관인 탓이기도 하지만,
두 손을 푹 찔러 넣은
폼 잡은 옷 위의 나를 보고 싶었달까.
그 순간,
손끝에 닿는
거치른 질감.
본의 아니게
주머니 속에 쟁여 놓았던
너를 만난다.
피어 나오는
가벼운 슬픔과
야릇한 우울감.
나는 그 둘을
마치 손님 마냥 반긴다.
어서 오라,
어서 오라고.
나는 불현듯
그것을 내 입에
한 입 베어 물고 싶다.
머금고 음미하고프다.
치약처럼 허연 양칫물이 되어 뱉어질까.
빵처럼 꿀떡꿀떡 덩어리 되어 삼켜질까.
두렵지 않다.
먹어 버리고야 말겠다.
잘근잘근,
야금야금,
매콤한 듯
화~한 듯
코끝으로 올라오는 향기와
떫은 듯하지만
쫀쫀한 듯
감칠 나는
너라는 맛,
다시는 느낄 수 없게
미분하듯
지워 버렸다.
마무리로 물 한잔.
아,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