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누워
제법 발칙했던
유년 시절의 검붉은 도도함
주황 크레파스를 거꾸로 집어 들고는
주머니 옆 바지께에 묻히고 다니던 한 아이는
놀이터에서
흙투성이가 된 노랑 멜빵바지에
어머니께 혼이 나도
굴하지 않고
땅강아지를 기어이 찾아내던
고집스러운 자아.
초록불의 건널목에도 꼭 손을 들어야 적성이 풀리었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던 듯,
운동장 언저리를 숨이 차게 뛰어다녔지.
어느덧 상상 속의 그 모습은
검푸른 밤하늘에 버무려졌지만,
보라,
만유인력이 만들어 낸
영사기가 필요 없는
향그로운 과일과 같은
이토록 찬란한 파노라마.
나직이 우는 법을 깨닫게 된
파스텔의 세상을 향해 몸을 기울인
너는 결국,
단숨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