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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Apr 08. 2021

행복의 멸망

금일, 행복이 그 끝을 맞이할 것이기에


세상에 남아 있는 모든 행복을 끌어 모아

그 끝을 세 손가락으로 부여잡고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웃음은

그저 풋웃음이 될 것입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는

그 어떤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 저녁

어느 근사한 음식점에서

한 주 간 지내 온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유난히도 날씨 좋던 날

어느 공원 잔디에 누워

실비단 빛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푸르름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깊고 어두운 방 안

외로움이라는 건조한 소중함의 힘으로
그늘진 마음의 장막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어내어
그저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쓰다듬고,
어루만질 수 있는 찰나의 기회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길에


순간은 사라지고


그저 돌아보기만 하며


그저 캄캄한 아득함에


나아가지 않고 주저할 것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 남은 행복을

무거운 펜촉에

가볍게 실어 보냅니다.




그동안,


행복이라는 단어를 배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하고 여러분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않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는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지금이


그저

찬란한 가슴에 스민

따스한 행복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나마

깨달을 수 있어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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