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행복이 그 끝을 맞이할 것이기에
세상에 남아 있는 모든 행복을 끌어 모아
그 끝을 세 손가락으로 부여잡고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웃음은
그저 풋웃음이 될 것입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는
그 어떤 만남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 저녁
어느 근사한 음식점에서
한 주 간 지내 온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유난히도 날씨 좋던 날
어느 공원 잔디에 누워
실비단 빛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푸르름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깊고 어두운 방 안
외로움이라는 건조한 소중함의 힘으로
그늘진 마음의 장막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어내어
그저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쓰다듬고,
어루만질 수 있는 찰나의 기회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길에
순간은 사라지고
그저 돌아보기만 하며
그저 캄캄한 아득함에
나아가지 않고 주저할 것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 남은 행복을
무거운 펜촉에
가볍게 실어 보냅니다.
그동안,
행복이라는 단어를 배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하고 여러분과 고민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않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는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지금이
그저
찬란한 가슴에 스민
따스한 행복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나마
깨달을 수 있어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