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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거운물 찬물 Aug 18. 2019

분양가 상한제의 역류

Geek & Seer : 우유값은 내려간 것일까

18세기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의 일화다.
시민들은 생필품 가격 올라 불평했다.

로베스피에로는 대중의 인기를 얻을 위해
우유값을 반 토막 냈다.
최고가를 어기는 업자는 목을 잘랐다.
로베스피에르의 가격으로는 젖소 사료 값도 안됐다.
목축업자는 젖소를 도살해 고기로 팔았다.
젖소가 줄자 우유 생산량이 줄었고 우유값은 더 올랐다.
로베스피에로는 우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젖소 사료 가격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사료 최고가를 어기면 처형했다.


사료 업자는 사료 생산을 포기했고 사료값은 폭등했다.
그 결과 우유값은 10배가 됐고
갓난아기도 우유를 먹을 수 없었다.
곧 폭동이 일어났고 성난 시민들은 로베스피에로를 단두대로 끌고 갔다.
“더러운 최고 가격이 저기 끌려가고 있다”



◇누가 울고, 누가 웃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발표와 반포 주공 1단지의 좌초 위기로 설왕설래다.


지난해 9.13 정책 발표와 세무당국의 자금출처 계획서 등의 압박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은 더욱 심해졌고, 집값은 공시지가를 향해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는 부동산 시세조사 자료를 근거로 지난주 집값이 0.1% 올랐고, 눌러 놓은 용수철이 꿈틀거릴 기미가 보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자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값이 주식처럼 매주 측정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평생 전월세, 매매 거래를 몇 번이나 할까? 아마 대부분 열 번도 안 될 것이다. 거래가 없는 1억짜리 내 집이 지난주 0.1% 올라 1억 10만원이 됐다는 것인데, 무슨 의미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최근 거래량이 급감하여 지역에 따라 10분의 1 토막이 난 곳도 있다. 전세금 빼고 대출받아, 중학교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 가려고 계약한 지인의 발이 묶였다. 전세가 안 나가서 잔금을 치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은 매매나 전세나 서로 꽉! 엉켜 있는 금융의 쇠사슬인 것이다.  


집값은 수요와 공급의 심리 싸움으로 결정된다. 라면 봉지에서도 사라진 권장 소비자 가격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재건축 초과이윤 환수제를 피해 급하게 추진됐던 반포주공 1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취소되며 최대 물량마저 언제 공급될지 모르게 됐다.


개포 5,6단지 등 재건축을 준비하던 단지들은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건설사들은 분상제를 피해 분양을 서둘렀으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한 마디로 공급이 미뤄지고 있다.


집을 "사려는" 입장에서 보자.


그들은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먼저 무주택자는 분상제로 분양가가 내려갈 테니 기다리며 전세를 살 것이고, 이로 인해 전세수요가 늘어 전세가가 올라갈 것이다.


돈이 없는 무주택자는 분양가가 내려도 대출규제로 대출 가능금액이 적어 그림의 떡이다. 각종 규제로 불거진 똘똘한 한 채 유행으로 비인기 지역은 사기 싫다.


돈이 있는 무주택자들은 분상제의 혜택을 만끽할 것이다. 분상제로 전매가 5~10년이 묶이지만, 집값은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그 집에 살면 된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좋은 지역으로, 큰 평수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나 대출이 묶여 신규 분양은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여유 자금이 있는 이들의 수요가 곧 전매가 풀리는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내 1만 가구 입주 폭탄이 걱정이던 강동과 신촌, 신길뉴타운 등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입주 전세 가격 하락을 걱정하던 집주인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집주인들도 사업성이 떨어지니 연기하자는 쪽과 1:1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쪽으로 나뉜다. 후자는 일반 분양이 적어 자기 부담금이 재건축보다 크다.


종합해 보면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무주택자는 신규 분양으로, 유주택자는 새 아파트로, 1:1 재건축으로…,


집은 우리의 삶과 떼어 낼 수 없는 생물이다. 가두면 도망치고 싶다. 언제까지 가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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