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받아와 나에게 떠맡겨진 화분들.
베란다 한쪽에 대충 모아두고, 마음 줄 여유가 없어 잊고 있기 일쑤다.
틈이 생기면 가끔 물을 준다. 그래도 잘 자라는 조금 미안하고 아주 기특한 녀석들.
휘휘 물 호스를 왔다 갔다 몇 번 하고 그대로 쭈그리고 앉는다. 후우 큰 숨이 내뱉어진다.
초족초족, 흙 사이로 물이 스며들고 빠져나간다.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고 몽글해지는 오묘한 소리다.
“앞으로는 더 신경 써줄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또 한다. 식물들은 물방울을 반짝거린다.
가장 큰 화분 아래에서 흙빛 물이 흘러나오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작은 소리가 주는 느낌에 새삼 감탄하며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문득 어제 들었던 큰 아이의 심장소리가 생각났다.
“엄마, 나 우울해졌어!”
침대와 한 몸 되기가 취미인 아이의 갑작스러운 투정. 누워있는 아이를 그대로 끌어안고 누우며 물었다.
“뭐 때문에? 무슨 일인데?”
“몰라. 그냥 우울해!”
“그렇구만. 가서 양치하고 오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나?”
너스레를 떨며 은근슬쩍 지금 해야 할 일의 속행을 종용했다.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서 조그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콩콩콩콩.
나보다 덩치는 커진 지 한참인데 심장소리는 아가 때와 똑같았다.
7살 어린 막내의 씩씩한 쿵쿵 보다 더 동그랗고 올망졸망한 소리다.
둘째는 어떻더라? 도동도동도동 빠른 소리가 떠오른다.
심장 소리도 사람마다 다르구나.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커지는 것도 아니구나.
“흠, 이제 좀 나아졌어!”
아이는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듣고 있는 노래에 대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싱겁긴.
“훗, 그래, 다행이다.”
나도 일어나 하루를 마무리했던 그날.
숨소리조차 다른 각자는 자신만의 속도와 색깔대로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왜인지 소중한 발견이라도 한 것인 마냥 가슴이 작게 벅차오른다.
흙이 숨을 쉬며 내는 미세한 소리도, 아이들 각자의 심장소리도,
모든 살아있는 것의 소리는 아름답다.
나의 것도 그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