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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09. 2019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motivation에 관하여.

도서 요약「삶이란 무엇인가 - 수전 울프」1.



책의 내용이나 전개 방식에 관해 이해를 돕고자 앞으로 총 4편에 걸쳐, 책의 내용 중 강의 부분(1. 삶이란 무엇인가, 2. 삶은 왜 중요한가)을 요약해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motivation)에 대해 설명하는 철학 모델을 재정립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부분입니다. 칸트의 실천 이성에 관한 이원론적 입장을 비판하면서 시작하는 이 부분은 더 많은 논의가 있어서 할 터이지만, 저도 책에 나온 것 이상으로는 아는 것이 아닌 만큼 책에 내용을 전달하는 차원에서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내용을 정리하면서 일부는 저의 생각이 담겨 있는 부분도 있으며 오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꼭 독서와 함께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motivation)에 관하여 칸트의 실천 이성은 대체로 두 가지(이원론)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기적인(egoistic)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비인격적(impersonal) 입장이죠. 전자는 「무엇이 행위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가?」에 관한 것이라면 후자는 「보편적 관점에서 최선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실천 이성에 관한 이원론은「그렇게 하는 게 너에게 더 이익 또는 행복이야. 그러니 너는 이런 행동을 해야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기 이익(self-interest)과「그 행동이 정의로우니까 너는 그렇게 해야 해, 그 사람에게 동정심을 발휘해야 해, 이게 도덕적으로 옳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의무(duty)를 제시하여 우리 삶의 동기와 근거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서두에 「실천이성에 관한 이원론」은 우리 삶의 다양한 동기와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다양한 동기와 근거 가운데 이 이원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우리 삶의 동기에서 덜 중요한 것이거나 관련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전하죠.

이 강의(책)의 목적은 이 동기와 근거의 특성을 살펴보고 「삶의 질」 차원에서 그 역할(role)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이 동기와 근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적절한 대응」이란 삶의 의미라는 개념을, 흔히 이야기되는 개인의 행복 및 도덕성으로 치환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또 다른 범주로 받아들이는 접근 방식을 의미하죠. 물론 칸트주의자는 그것마저도 이원론 안에서 설명하려 하겠지만요.


첫 번째 강의에서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두 번째는 「삶은 왜 중요한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강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이한다면, 「행복 및 도덕성의 범주와는 또 다른 삶의 의미 범주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말할 제3의 가치의 이해를 통해 기존의 인간 행위의 동기를 바라보는 이원론적 관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설명하고 있죠.

그가 말하는 삶을 이루는 제 3의 동기와 근거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 삶에서 자기 이익의 충족도 의무감도 아닌 행동일 것입니다. 가령, 그는 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방문하거나,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거나, 밤을 새워 아이의 할로윈 의상을 만드는 것은 이기적이거나 또는 도덕적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결코 나를 위한 일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내가 허리를 다칠 각오로 친구네 집 소파를 나르거나, 내 아이가 나비 의상을 입어야 해서 의무감에 쏟아지는 잠을 참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이렇게 새벽 늦게까지 타이핑을 하면서 글을 남기는 까닭을 자기 이익이나 의무감만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조금 어렵습니다. 이는 자기 이익(self-interest)을 충족시키거나 도덕적인 의무감(duty)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세상을 위하여 뭔가 기여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보기에도 희박합니다.

바로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실천 이성의 이원론적 입장은 「사랑의 근거(reasons of love)」라고 말하는 동기를 배제합니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열정을 가지고 개인을 초월한 목표를 추구하도록 자극하는 다양한 동기들까지도 배제한 채, 두 뭉텅이 속으로 집어넣어 설명하려고 하죠.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칸트주의자나 이원론으로 설명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기존의 세상(여기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경우,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는 상대방을 향한 사랑입니다. 반면 개인의 한계를 초월한 목표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경우 그 동기는 개인 외부에 존재하는(또는 그렇다고 믿는) 가치입니다. 가령, 제게 있어 글쓰기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이 있어서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더 높은 가치, 이를테면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라는 커다란 가치 범주 안에서 책과 토론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발전해 나가며 더 나아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저와 다르게 저자의 혹독한 글쓰기는 「철학의 위대한 가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네요. 마찬가지로 첼리스트와 정원사가 편안한 일상을 포기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는 음악과 정원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자기이익 및 도덕성 또는 비인격적-보편적 선(善)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 이외의 것으로 삶의 동기를 설명하려는 방식에 대해 뭔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결코 이것이 억지스럽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여하튼, 철학, 음악, 정원과 같은 대상(object)을 사랑하는 모습이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과 동기 및 가치 평가 차원에서 그 범주가 매우 흡사하므로, 저자는 앞으로 이 두 가지 형태의 사례를 논의할 때, 모두「사랑의 근거(reasons of love)」라는 표현으로 똑같이 사용하겠다고 전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들(object)을 향한 「사랑의 근거(reasons of love)」는 우리 삶에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role)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하죠.


사랑의 근거와 자기이익, 도덕성이라는 서로 다른 근거들의 정당성과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가하지 못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오해하고 자신의 관심을 곡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가령,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롯된 행동을 「나의 이익」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 또는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고 있다고 잘못 이해하고 잘못된 합리화 등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겠죠.

가령, 제가《사비라도 털어서 주로 걷는 대학 캠퍼스의 숲 길 옆에 코스모스를 심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그 근거를「나의 이익」의 관점에서「내가 보기 좋으니까, 나의 명성을 얻을 수 있어서, 나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모르나 마음 어딘가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행위의 근거를 나의 이익 뿐 아니라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위하여 라고 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고 막힘 없이 정당성과 그 가치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물론 같은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흥부와 놀부가 제비를 똑같이 살려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의 동기가 서로 다른 것처럼요.

물론 사랑의 근거가 이끄는 모든 행동이 전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나 대상을 향한 사랑이 삶에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령,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버릇을 망치거나 화분에 너무 많은 물을 주거나, 자신의 철학적 사고의 틀에만 갇혀 버릴 위험이 있죠. 또한, 우리의 사랑이 언제든 어긋나고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사랑의 근거」는 이에 따라 행동하고 선택하는 대상(object)의 정당성과 가치입니다. 공정하게 평가된 가치 있는 대상에 사랑을 쏟아 붓는 행위는, 비록 행위자 개인이나 세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랑의 근거에 따른 행동과 선택은 바로 이러한 사랑의 핵심적 부분이며,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가령, 이것은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때로는 회초리를 드는 것도 「사랑의 근거」로서 정당성과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근거에 따른 행동은 그 대상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쌩 판 모르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 수 없는 까닭은,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 아이도 그럴 자격이 없기 때문이겠죠.




요약
1. 삶을 이루는 동기는 자기 이익(self-interest)이나 도덕적인 의무감(duty) 뿐 아니라 사랑(love)하는 마음 때문이다.

2. 철학, 음악, 정원과 같은 대상(object)을 사랑하는 모습이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과 동기 및 가치 평가 차원에서 매우 흡사하므로, 저자는 앞으로 이 두 가지 형태의 사례를 논의할 때, 모두「사랑의 근거(reasons of love)」라는 표현으로 똑같이 사용하겠다고 전제한다.

3. 사랑의 근거에 따른 행동과 선택은 모두가 아닌 정당하게 평가된, 가치 있는 대상(object)에게만 적용된다.


아무래도 철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터라 어렵게 느껴지나,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 행동의 동기에 자기 이익이나 의무 뿐 아니라, 특정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포함되어야 한다.」가 이 장의 요지이겠네요. 그럼 다음 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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