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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09. 2019

거짓과 왜곡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비판적 사고 방법.

도서『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통한 비판적 사고법 요약정리.

가짜 뉴스와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비판적 사고 방법.가짜 뉴스와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비판적 사고 방법.

다음 글은『빌 코바치의 텍스트 읽기 혁명』의 연장선에 있는 있는 글입니다. 이전에 안내해드린『빌 코바치의 텍스트 읽기 혁명』이 주로 여섯 가지 도구를 통해 텍스트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 이 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은 주장이나 논증에 담긴 여러 논리적 오류를 발견하는 기술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빌 코바치의 책보다는 좀 더 각론적이며, 기술적인 느낌이 들죠. 그래서 한 번에 모조리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기보다는 쭉 읽어본 뒤, 곁에 두고 사전처럼 틈틈이 읽어볼 합니다. 혹은 여러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어떤 오류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연습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내용은 크게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다섯 분야로 구분 지어 여러 사례와 논증 기술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약으로는 각각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목차와 발췌를 바탕으로 어떤 내용이 주로 나오는지 정도만 훑었습니다. 참고해 주시기 바라며 가급적 아래의 내용보다 곁에 두고 꼭 틈틈이 읽기를 부탁합니다. 


※ 참고로 원제는 촘스키와는 하등 상관없는 『Petit Cours D'Autodéfense Intellectuelle』이며 번역기를 돌려보니 대략 「지적 자기 방어를 위한 작은 과정」 정도로 해석되는 것 같네요. 위의 제목은 아마도 『A Short Course in Intellectual Self Defense: Find Your Inner Chomsky』라는 영문 제목을 따온 것 같습니다. 


▶ 참고 - 텍스트의 진실을 알아내는 여섯 가지 툴.




1. 들어가기


다음의 글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만약 이러한 글을 바탕으로 서명 운동을 한다면 서명 운동에

참여할 것인가?


보이지 않는 살인자 ¹

디하이드로겐 모녹사이드(dihydrogen monoxide, DHMO)는 무색, 무취, 무미한 화학물질로 매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망자 중 대부분이 DHMO의 우연한 흡입으로 사망하지만, DHMO의 위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체 형태의 DHMO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직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도 있다. DHMO를 흡입하면 땀과 소변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복부 팽만감과 구역질과 구토 및 전해질 불균형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단 중독된 후에, DHMO의 공급을 중단하면 죽음으로 이어진다.

디하이드로겐 모녹사이드는
- 수산산으로도 불리며, 산성비의 주요 성분이다.
- 온실 효과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 심각한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 자연환경의 침식을 촉진한다.
- 다양한 금속의 부식을 촉진한다.
- 전자 제품을 고장 나게 하고 자동차 제동기의 성능을 저하시킨다.
- 말기 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도 발견된다.

DHMO는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하천과 호수 및 저수지에서 다량 발견되지만, DHMO 오염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남극의 빙하에서도 관찰됐다. DHMO는 이미 여러 차례 수백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혔고,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DHMO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자주 쓰인다.
- 공업용 냉매와 용매.
- 핵발전소.
- 스티로폼의 제작.
- 방화제.
- 온갖 잔인한 동물 실험.
- 살충제(살충제를 씻어낸 후에도 농산물에서 DHMO가 검출됨).
- 정크 푸드와 그 밖의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첨가물

기업들은 DHMO 폐기물을 하천이나 바다에 버린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현재 합법적이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 야생생물이 이로 인해 받는 피해가 엄청나다. 따라서 더 이상 이런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끔찍한 행위는 당장에 중단돼야 한다!

그러나 DHMO가 '국가 경제의 건전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이 유해한 화학물질의 생산과 유통과 사용을 금지하는 걸 거부해왔다. 사실, 해군을 비롯해 여러 군 조직이 DHMO를 통제하고 이용하는 무기를 개발 중이다. 또한 수백 곳의 군사연구소가 복잡한 지하 유통망을 통해 상당량의 DHMO를 공급받고 있으며, 몇몇 연구소는 많은 양의 DHMO를 비축해두고 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37~38p>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꼼꼼히 따져보고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될 것이다. 참고로 질문의 힌트는 각주를 참고하기 바란다.



2. 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쓰기 전부터 어느 정도는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쓴 글이라 정서적 측면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어조를 사용하여 글을 남겼다. 조금 다행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혼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아쉬웠던 점은 일부 사람의 논점 흐리기로 인하여 논쟁이 가속화될수록 생산적인 토론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와중, 여러 글에 대응하면서 일부 사람의 논증 방식의 다양한 오류를 발견했고 동시에 나의 글 중에서도 논증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실의 유리한 부분만 부각하거나 추측에 의존하는 등의 오류를 발견했다. 이러한 설전이 오고가면서 발견된 논증 방식의 다양한 오류들은 더할 나위 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비판적 사고란 과연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을 남겼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텍스트를 접한다. 단순히 활자화된 텍스트가 아닌 활자화되지 않은 언어, 기호의 의미로서 접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문명인으로서 하루도 그것들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매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접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반응한다.


우리가 해석하는 수많은 기호 가운데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문제인지는 어떻게 확인할까?

비판적 사고라는 것은 아마 이러한 사고 과정에서 텍스트를 포함한 기호에 관해 의문을 갖고 검증을 해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우리가 과일 가게에서 판매하는 겉모습이 멀쩡한 과일 하나를 보더라도 이것이 제대로 익었는지, 썩지는 않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두드려보는 것처럼, 자세히 살펴보고 검증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자세히 살펴보고 검증한다는 것이 비판적 사고의 첫걸음이라고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비판적 사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물건을 생산하는 공정에서도 어떠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치에 맞는 것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듯, 그러한 검증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은 그러한 기술과 기준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3.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기술.


책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개념과 기법을 크게 언어, 숫자, 경험, 과학, 미디어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각 부분에는 어떠한 교묘한 속임수들로 독자를 현혹하는지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비판적 사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순서에 따라 책에서 몇 가지 읽을만한 내용을 발췌하거나 생각해 볼만한 것을 넣었다. ²


1장 언어: 말에 숨겨진 진짜 뜻을 생각한다.

- 이런 말들에 당신은 넘어간다.
- 말과 글의 진실을 캐내는 20가지 논리 도구


1장 언어에서는 언어의 사용과 형식적, 비형식적 논증 방식의 다양한 오류들을 보여준다.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특정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리고자 사용되는 방식이나 모호한 언어 사용, 족제비 말 등 다양한 수사학적 기법들을 보여준다. 논증 방식의 오류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추리 방법이, 비형식적 논증 방식에서는 거짓 딜레마, 대인 논증, 권위, 동정, 공포에 호소하기 등등 다양한 오류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초, 폭스 박사는 '수학적 게임이론과 의료인 수련에의 응용'이란 제목으로 3번에 걸쳐 강연했다. 그에게 강연을 들은 사람은 사회복지사, 교육자, 병원 관리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등 모두 55명으로 한결같이 고학력자였다. 폭스 박사는 1시간 동안 강연하고, 곧바로 30분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 그 후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나누어 주고 강연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모든 참석자가 폭스 박사의 강연을 명쾌하고 흥미진진했다고 평가했다. 한 사람도 그 강연이 근거 없는 주장들을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사실 폭스 박사는 배우였다. 비록 근엄 있게 꾸미고, 권위 있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지만, 자신이 강단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완전히 외워서 말한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강연은 애매모호한 말과 모순, 엉터리 참고 문헌, 강연 주제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개념의 그럴듯한 언급, 무의미한 개념 등의 나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컨대 실속 없는 얘기와 자가당착, 화려하게 치장된 허황된 주장에 불과했다. 
1996년에 있었던 소칼 사건(Socal affair) ³을 연상케 하는 이 짓궂은 장난을 주도한 사람들은, 이 실험을 바탕으로 '폭스 가정'을 세웠다. 그 가정에 따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도 그럴듯한 근거가 주어지면 지적인 말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심오하고 지적인 뜻이 담겼다는 착각을 안겨주는 단어를 사용하면 말이나 글에 신뢰감을 더할 수 있다는 생각도 폭스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끌어가려는 사람이면 반드시 알아야 할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몇 가지 규칙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을듯하다.


-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먼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
- 상대방의 어법으로 말하라.
- 가능하면 간단하고 쉽게 말하라.
- 평가와 비판을 부탁하라. 44p.


2장 숫자: 숫자로 생각하되 함정을 조심한다.

- 숫자 공포증을 치유하는 10가지 비법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확률과 통계 강의


이 장에서는 큰 수에 대하여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 주변에 다른 수들과 간단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기법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여기에 나오는 통계와 확률에 대한 기법은 중학생 이상의 수준의 지식이라면 충분히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재밌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회사가 회계사를 고용하려고 구인 광고를 냈다. 사장은 첫 번째 지원자에게 2+2는 몇이냐고 물었고, 지원자는 당연히 4라고 대답했다. 사장은 두 번째 지원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고,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마침내 세 번째 지원자가 들어왔다.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그러자 그는 벌떡 일어나 커튼을 꼼꼼하게 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사장님은 얼마이기를 바라십니까?” 그가 채용됐다. 107p


3장 경험: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한다.

- 내가 정말로 본 것은 무엇인가?
- 나는 내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 비판적 사고에 약이 되는 6가지 심리학


이 장에서는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며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존해서 성급하게 독단적 판단을 내리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네 남자가 생전 처음으로 호주를 방문했다. 기차로 여행하면서 그들은 검은 양 한 마리가 풀을 뜯는 모습을 보았다. 그걸 보고 첫 번째 남자가 호주 양은 검은색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두 번째 남자는 호주에는 검은 양이 있다고 말해야 맞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세 번째 남자가 호주에는 적어도 검은 양이 한 마리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회의주의자인 네 번째 남자는 “호주에는 적어도 옆구리 한쪽이 검은색인 양 한 마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야!”라고 말했다. - 레이몽 슈발리에, 《퀘벡의 회의주의자》(1993) 본서 203p


4장 과학: 과학을 과학적으로 의심하고 성찰한다.

- 당신의 지갑을 지켜내는 3가지 과학 실험법
- 과학을 과학답게 만드는 과학적 생각법


2015년 2월 4일 자 모 뉴스 방송으로부터 “항문 – 소금물 관장”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속여 수십억을 벌어들인 목사 부부가 구속되었다는 보도⁴를 접했다. 이러한 사이비 과학은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 중증 환자들의 희망을 꺾는 행위임에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4장에서는 그러한 사이비 과학과 과학을 구분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떤 가정과 주장 및 이론이 명확하고 정확하며, 상호 주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때, 또 그런 검증을 통해 그것들이 참으로 증명되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참이라 여겨질 때만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정과 이론 등을 평가할 때 이런 조건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루이스 본과 시어도어 시크는 이런 평가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5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1. 검증 가능성: 가정과 주장과 이론이 검증 가능한가? 어떤 가정이나 이론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방법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런 가정이나 이론은 시시하고 무가치할 가능성이 크다.

2. 생산성: 모든 조건이 똑같을 때 관찰 가능하고 정확하며 의외의 새로운 예측을 해낼 수 있는 가정이나 이론이 더 낫다.

3. 적용 범위: 모든 조건이 똑같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현상을 설명하고 적용되는 범위가 넓은 가정이나 이론이 더 낫다.

4. 단순성: 일반적인 규칙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면이 적고 변수도 적은 가정이나 이론이 더 낫다.

5. 순응성: 일반적으로 인정된 지식과 일치하는 가정이나 이론이 그렇지 않은 가정이나 이론보다 더 낫다. 263~264p.


SEARCH 모델

과학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상하고 미심쩍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흔히 제시되는 이론과 주장과 가정을 엄격하고 조리 있게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을 소개한다. 시어도어 시크와 루이스 본이 고안하고 개발한 모델로, 이상한 것들을 올바른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척 유용하면서도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일반적으로 SEARCH라 일컬어지는 모델이다. 먼저 이 모델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위와 '동종요법'⁵과 같은 구체적인 대상에도 적용해보자.


SEARCH 모델은 4단계로 이루어진다.

1. 어떤 주장인지 명확히 정리하라.
(State the claim.)
2. 그 주장의 증거를 조사하라.
(Examine the Evidence for the claim.)
3. 다른 가정들을 생각해보라.
(Consider Alternative hypotheses.)
4. 타당성의 기준에 맞추어, 각 가정을 평가하라.
(Rate, according to the Criteria of adequacy, each Hypothesis.) 267p

5장 미디어: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꼼꼼하게 따진다.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미디어는 우리를 어떻게 선동하는가?
-미디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31가지 전략



위의 사진은 S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온 영상 일부이다. 영상에서는 입술만 내놓은 상태로 모자이크 처리한 영상이 나오면서 아래와 같은 나레이션이 나온다.


XX항공 승무원 맞으세요? 어떤 조사 때문에 오셨나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런데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선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묘합니다. 소리 없이 웃고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상황에서 이 웃음은 뭘 의미하는 걸까?

그로부터 몇 시간 후,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여 승무원은 취재진을 피해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승용차에 올랐습니다. 그녀를 실은 승용차 안에 있는 일행들…. 그들은 다름 아닌 대한 항공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의 주요 참고인이자 목격자인 여 승무원이 XX항공 관계자들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타났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중략…>

만일 여러분이 이 승무원들과 같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연치 않은 기회로 회사 오너의 범법 행위를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회사 측은 거짓 진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떠한 불이익이 올지도 모를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아마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겁니다.


기호학자들은 정보에 담긴 의미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지시적 속성이 담긴 언어로서 문자 그대로 지시적 속성,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이다. 둘째는 함축적 의미로서의 정보로 사전적 의미 이외에 담긴 뜻을 담고 있다. 셋째는 감정, 정서를 담고 있는 주석적인 의미로 어떤 단어를 쓸 때 긍정적인 암시인가 부정적인 암시를 주는가를 담고 있다.

위의 대화와 나레이션은 그 당시 「해당 승무원에게 교수직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무장의 말을 토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명백한 확인 절차 없이, 그녀가 참고인 자격으로 증언할 때 회사에 유리한 말을 할 것이라는 부정적 암시를 주고 있다. 더군다나 어떤 이유인지도 잘 설명하지 않은 채, 웃는 모습만을 가린 모자이크 편집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사회자의 모호한 나레이션. 과연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마음이 심어질까?



4. 나가는 글.


민주 사회의 시민이 가져야 할 덕목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비판적 사고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따금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압감처럼 작용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상에 현혹되지 않는 가치 있는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비판적 사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사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찰력을 기르는 습관이 필요하다. 통찰력은 주입식 지식으로서는 얻어지기 어렵다. 그것을 기르려면 자발적이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는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을 통해서 얻기도 하고 또 혹자는 명상을 통해서 얻기도 한다.

이 책은 비판적 사고를 위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책이라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위한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전문가가 옆에서 도와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듯이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역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힘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책의 앞장에 쓰여 있는 말처럼 자신의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주.

1 DHMO는 일산화 이수소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위키피디아 참조. http://ko.wikipedia.org/wiki/일산화이수소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 필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단번에 알 수 없었다.)

2 책에 나오는 수십 가지 기술 중 고작 한두 개에 관한 소개나 사례이므로 관심이 있는 분은 반드시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3 소칼 사건(- 事件, Sokal affair, Sokal's hoax)은 앨런 소칼이 1996년에 유명 인문학 저널인 《소셜 텍스트》(Social Text)를 상대로 벌인 지적 사기극이다.(https://ko.wikipedia.org/wiki/소칼_사건)

4 YTN 보도 뉴스. http://www.ytn.co.kr/_ln/0103_201502041237374916

5 동종요법(同種療法)은 인체에 질병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유사과학이자 대체 의학의 일종이다. 유사요법, 호메오파티(homeopathy)라고도 한다.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학 지식이 부족한 대중들에게 많이 퍼져있다.

6 2015. 1. 10 SBS 그것이 알고 싶다 中 

7 가령 '잘한다.'라는 말의 지시적 의미가 「좋고 훌륭하게 하다.」의 의미라면 '잘'의 단어를 길게 소리 냄으로써 함축적 의미를 「잘하지 못하고 있다.」로 할 수 있다. 그때의 주석적인 의미는 힐난이나 비난의 부정적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된다. 〈빌 코바치의 텍스트 읽기 혁명 200p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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