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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Feb 02. 2020

그 날이 오기를.


우물쭈물하던 사이에, 나는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결국 홀로 남아 아무것도 아닌 것들 사이에서 나를 발견한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채로 외로움에 덜덜 떨다가 이윽고 나는 내 앞에 있는 이 무덤에 묻힐 날을 한없이 기다린다. 엄마 엄마 보고 싶소. 날 위해 기도해주는 분. 그러나 내 육신의 발작은 나를 엄숙한 그곳으로 향하게 하는구려. 하늘 위의 저 달은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돌덩이일 뿐. 차디찬 돌덩이에 어떠한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하고 홀로 죽어가는 차디찬 시체. 껍데기만 남아있는 나는 저 달의 이름이 다시 돌아올 날만 기다린다오. 그 날이 오기를. 무덤 아래에서 한없이 기다리기만 한다오. 당신이 빛이라면 무덤 속의 나에게도 끊임없이 비추어다오. 거룩한 이여, 나를 비추어다오. 내가 가진 것은 이 차디찬 육신뿐이니 그대여 나를 부디 따스하게 비추어다오. 피가 돌고 생기가 돌면 나는 그대를 한없이 찬양 하리이다. 지금의 나는 좌우로도 움직일 수 없어서 그대를, 그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오. 그대가 오로지 내게 빛을 내려준다면, 나는 썩어 문드러질지라도 그대를 기다리리라. 당신이 내 어머니라면, 나는 그대를 한없이 숭배하며 내 모든 것을 다 바치우리라. 그러나 늦으면 안 되오. 늦으면 안 되오. 나의 숨이 격렬하게 요동칠 때, 그대여 부디 이곳으로 오시오. 내 생명은 그대에게 달렸나니, 그대여 부디 이곳으로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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