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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16. 2020

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나 자신에게 조금을 관대해지자고 다짐을 하고 설령 아침 8시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괴로워하지 말고 좀 더 마음 편안하게 먹자고 했지만, 아침의 뜻 모를 공허함이 그 관대함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게 되는 평소보다 더 늦어진 그 시간에,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인가? 혹시 무의미한 짓거리가 아닌가? 정말 잘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과 동시에 말라버린 입안 깊숙한 곳에서 회한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에 그냥 다시 눕는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이들에게도 난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라는 어두운 생각이 불현듯 밀려온다.

그러다가 문득 그대 생각이 나면, 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혹시 그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아침이면 문득 찾아오는 이 뜻 모를 감정에 우울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실로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그냥 문득 스치듯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지지만, 나로서는 할 수 없기에 다만 그저 가슴에 삼키고야 만다. 그러나 그렇게 삼켜진, 갈 곳 잃은 그 말은 방심한 틈을 타, 이내 ‘하….' 하고 긴 한숨으로 터져 나온다.

그제야 깨닫는다. 돌이켜 보면, 그대에게 그렇게 말함으로써 나 역시 그것을 거울삼아 열심히 살아갔던 것임을. 사실 그 말은 그대에게 함과 동시에 나에게 메아리처럼 돌아왔다는 것을. 그렇게 말함으로써 나는 세상 모든 무의미한 것들과 싸울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어느 누가 내게 말해주지 않았기에 나 스스로 그렇게 말해왔다는 것을. 지금껏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어.      

무미건조한 오후의 창백한 날씨를 바라보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부끄러운 이 말을, 들리지도 않는 나직한 목소리로 창밖의 허공에 띄워본다.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는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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