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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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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Apr 18. 2020

닳고 닳은 조각상을 보며


닳고 닳은 한 조각상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희미해진 미소는

날 보며 미안해하는 어머니의 미소


거친 두 손은

내 볼을 어루만지는 딱딱한 어머니의 손


릎에 누워 어머니를 바라볼 때면

어머니는 항상 거친 손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며

미안한 미소를 담아 바라보셨다


어머니……

천년이 지나도 그리울 이름


어머니.

아니, 엄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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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는 그 거친 손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고 변함없이 슬픈 눈으로 미안해 하신다.

그리고 나는 눈 앞에 있으면서도 잊혀진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운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느 순간 저 바래진 불상의 얼굴처럼, 본래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봐 새삼 늙어버린 엄마를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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