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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l 04. 2019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단편 소설. (4)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할 때, 차라리 무엇인가 믿고 의지할 만한 것, 또는 그러한 절대자를 믿을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면 다른 길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게 주어진 하나의 길만을 따라 가면 된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굳건한 믿음 위에서 그 어느것도 두렵지 않았고 사소하게만 느껴졌다. 온아함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고 내가 조금 더 힘들더라도 베풀 수 있었다. 그 믿음 위에서는 내 자신이 고무되는 것을 느꼈다. 오로지 하나의 신념만으로 살아갔으므로 그것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실로 즐거웠고 매일 내 자신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을 내 맡김으로서 얻은 그러한 기쁨은 마치 둥지와도 같았다. 그곳에 있으면 어느 걱정도 없다. 나와 비슷한 이들이 가득한 세상에 나를 지켜주는 하늘과도 같은 이가 있었고 그는 어떠한 것도 다 이겨낼 거대한 존재였다. 그러한 존재가 나를 바라봐 준다는 믿음은 그 어떤 것도 나를 두렵게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러한 믿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달콤한 유혹이었고 세뇌와도 같은 것이었으며 나를 온전히 세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주종의 관계였고 절망의 ‘나’를 깊은 어둠 속에 숨겨두고 밝은 ‘나’만을 바라보는 행위였던 것이다. 모든 굳건한 믿음 속에서 나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맞을 것이라는 믿음과 동시에 그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반발하는 발톱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 대자연의 광대무변한 절대자와 나 사이에 맺은 관계보다도 어떠한 인간이 나 같은 종을 위해 만들어 놓은 또다른 지형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절대자의 말보다 그 지형을 감독하는 다른 나와 같은 존재의 말에 더 귀기울이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을 절대자라 착각하고 있는 사실을!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 그것을 이용한다는 그 사실을! 그것을 위해 수많은 것들을 거짓으로 몰아가고 눈을 멀게 하고 착각속에 빠지게 하는 것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에 대하여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그 때의 나는 하나의 길만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눈이 멀어 오로지 한 길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눈 먼 자가 되어 누군가 인도하는 한 길만 가지 않겠다. 길을 잘못 들고 다리에 상처가 나고 또한 때로는 생과 사의 골짜기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놓일 지라도 차라리 방황하는 인간이 되겠다.

방황하다 지쳐 더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종으로 살지 않으리라. 나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홀로 설 것이며 그대에게 내 눈을 건내지 않으리라. 내 눈을 지지도록 함부로 두지 않으리라. 누군가가 나를 인도한다고 따뜻한 미소와 손을 건내도 나는 의심하리라.

세상은 아름답지 않고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간다. 나는 노력할 것이다. 비록 내 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결국에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곤 한숨과 회한, 그리고 가슴을 칠만한 답답함 이라고 하더라도.

오늘도 바람이 분다. 어둠이 깔린다.
그리고 나는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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