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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Dec 16. 2023

나의 우울에서 벗어나기.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번아웃

 인생은 항상 직선이 아닌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던 일상이 갑자기 괴로운 날이 될 수도, 절망적이었다가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감정도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기분이 한없이 다운되는 날이 불쑥 찾아온다. 그런 날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모든 게 짜증 나며 하기 싫어진다. 그렇지만 현실의 시간은 흘러가기에, 나의 감정은 깊숙한 곳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감춘 채로 하루를 보낸다.


 이런 날들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몇 번 겪어보니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않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를 보며 충전하거나 슬픈 것을 보며 펑펑 울기.


 그런데 이 방법을 대학생일 때는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은 퇴근하면 하루가 금세 끝나기에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보기 어려웠다.

보통 하루이틀이면 다시 감정이 회복되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대처를 하지 못해서였을까? 일주일 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건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서였다. 우연히 부모님께서 데려다주셨는데 가면서 '아 이대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실려가서 출근을 안 해도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다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심지어 지금은 부모님도 타고 계신데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다.


  기분이 다운될 때, 중간중간 울컥하며 눈물이 고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울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내 몸이 하나의 큰 통이 되어, 살면서 힘든 일이나 억울한 일, 슬픈 일을 모두 모아 머리끝까지 차면 눈물로 비워내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펑펑 울고 나면 모든 게 씻겨 내려가서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럴 때마다 나만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다. 가끔 차도에 있는 중앙분리기둥 중에 하나씩 쓰러져있는 것들이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나와 같았다. 다들 멀쩡히 서있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만 혼자 고꾸라져서 버티지 못한 채 불평불만을 내놓는 것 같았다.  그렇게 퇴근길에 주체도 못 하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문 앞에서 겨우 진정하고 애써 웃으며 집으로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


 이 생활이 너무 힘들어도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벗어나게 되면 더 큰 문제들이 나를 덮쳐올까 봐 변화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마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아서 우울한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됐을지도 모른다. 끝이 안 보이는 미로에 갇힌 듯.


 그래서 퇴근시간을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폰만 보다가 잠들기 바빴는데 잠시 폰을 내려놓고 하나 둘 다른 것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글쓰기 또한 그중 하나이다. 글은 내 감정을 유일하게 온전히 들어낼 수 있고,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많이 도움이 됐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시도해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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