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H Apr 15. 2024

왜 뮤지컬이어야만 하는가.

뮤지컬을 보는 이유

 앞서 2화에서 뮤지컬이 나에게 위로를 주기에 많이 의지하였고 인생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나 드라마도 분명 위로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을 텐데, 왜 하필 뮤지컬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영화나 드라마와 뮤지컬의 가장 큰 다른 점은 내 눈앞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가 있다는 점이다. 스크린을 통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되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끼고 기억으로 저장한다. 다만, 영화, 드라마는 요즘 ott를 통해 반복적으로 볼 수 있지만, 뮤지컬은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에 의존해서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한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회전문을 돌고 도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예술과 달리 유독 뮤지컬은 '회전문을 돈다' -회전문이 같은 자리에서 돌아가듯이 같은 극을 반복해서 관극 하는 것- 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같은 작품을 보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똑같은걸 왜 또 보냐고 나무란다. 하지만, 뮤지컬은 순간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그 한순간의 배우의 연기와 노래, 그들 간의 호흡,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합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은 매 순간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동일하지만,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회차가 거듭될수록 추가되는 애드리브에 따라 그날의 작품이 결정된다. 그래서 같은 제목이지만 매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게 뮤지컬이다. 때문에 처음에 관극 할 때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보면서 알게 될 수 도 있고, 배우마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이번에는 어떤 애드리브를 할지 궁금해하며 회전문을 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뮤지컬을 항상 여러 번 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서, 마음에 꽂히는 작품들을 따라서 선택적으로 회전문을 돈다.


 그리고, 가끔 제작사에서 홍보를 위해 뮤지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주기도 하는데, 평소에 그걸 보면서 지나간 뮤지컬에서 느꼈던 감정을 추억한다. 음악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뮤지컬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뿌리고 다닌 향수를 나중에 다시 뿌리면 여행지의 추억이 떠오르듯, 뮤지컬의 넘버가 향수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제작사에서 넘버를 공개하는 것을 '박제한다'라고 표현하는데,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영상을 박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처음 보러 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고, 이미 봤던 사람들은 다시 추억하며 그 감정을 한번 더 느끼려고 예매를 할 것이다.  더 많은 제작사들이 더 많은 뮤지컬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를, 영상을 박제해 주기를 바란다.


 유튜브만큼 뮤지컬을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넘버영상들 중 당신의 마음에 꽂히는 영상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넘버를 알아가고, 그 넘버의 극을 알아보고, 예매사이트에서 예매하기만 하면 뮤지컬을 볼 준비는 끝이다. 현재 공연을 하고 있지 않다 해도, 뮤지컬은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기에 다른 것들을 보고 있으면 원하는 극이 돌아올 것이다. 한 걸음씩 뮤지컬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푹 빠지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넘버영상을 골라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그다음은 이미 알아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전 02화 뮤지컬의 세계에 눈을 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