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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Apr 29. 2024

심장이 뛸 때 마음껏 뛸 수 있게 해 줘야죠.

뮤지컬 <명동로망스>

 내 인생에 뮤지컬이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뮤지컬 <명동로망스>이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건 인생작이다. 또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상황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됐고, 그만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던 작품이다. 당시에 공연실황 DVD를 판매해서 지금도 가끔씩 번아웃이 오면 DVD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던 작품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보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선호는 그저 퇴근과 주말만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아가는 공무원이다.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다가, 오래된 다방을 철거하려는 일에 휘말리게 되면서, 1956년의 명동의 로망스 다방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꿈꾸었던 세상에 대해 말하다가 경찰서에 붙잡혀가며 취조를 받게 되는데...


 처음에 선호가 무표정으로 기계처럼 일하는 면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시간 지나면 퇴근시간과 주말이 오고 지금 시간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1956년에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달라지는 선호의 모습을 보고 나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었다. 극 중 예술가들은 실존인물 인 화가 이중섭, 수필가 및 번역 문학가 전혜린, 시인이자 영화평론가 및 번역가 박인환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래서 더 친숙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호: 사람은 해야 하는 걸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혜린: 하고 싶은걸 가장 열심히 해야죠. 전쟁 때처럼 지금 당장 폭탄이 날아와서 펑 터질 수도 있다니까요. 그러니 이렇게 심장이 뛸 때 마음껏 뛸 수 있게 해 줘야죠. 말해봐요. 뭘 하고 싶어요?

 뮤지컬<명동로망스>하면 떠오르는 대사이자,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이다. 심장이 뛸 때 마음껏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고, 마음속에 박혀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심장 뛰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일이 존재하긴 할까? 뭘 하고 싶을까?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극의 마지막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와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지금을 놓치면 지나가버린다는 말하는데,

시간만 지나가길 바랐던 선호가 처음에 했던 같은 말을 다른 의미로 하면서, 현재의 소중함을 깨우침과 동시에 나도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고 한번 더 깨닫게 된 순간이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그저 시간만 지나가길 바라는 삶을 살고 있을 때,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아왔을 때, 하고 싶은 일은 생각도 못했을 때, 마침 그 시기에 뮤지컬 <명동로망스>가 공연 중이라면, 공연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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