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H May 13. 2024

너희는 달에서 온 특별한 사람들이야.

뮤지컬 <문스토리>

 달에서 온 아이들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때,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뮤지컬 <문스토리>.

 온라인 중계로 처음 접했을 때 힐링받아서, 다음 시즌이 왔을 때 다시 봤는데, 현장에서 받는 위로에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때 유명한 만화가였지만, 7년 전 갑자기 자취를 감춘 뒤 매일 밤 택시를 몰며 외톨이로 살아가는 이헌에게 여자가 되어 나타난 옛 친구 린과, 자신은 달에서 왔고 달에서 지구로 온 친구들을 찾는다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용, 만화 매거진의 기자로 이헌을 인터뷰하러 찾아온 수연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지구를 보며 동경하며 언젠가 지구에 가길 소망한다. 달에서 지구로 가는 길이 열리자 황과 린은 지구로 떠나가고, 달에는 용만 남게 된다. 지구로 떠난 친구들의 연락이 끊기자 용은 친구들을 직접 찾으러 가기로 한다.

 한편, 황과 린은 고대하던 지구에 도착했지만 막막한 현실에 부딪힌다. 황은  점점 지구에서 적응해갈수록 달에서 온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고, 린은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되며 달에서 왔다는 사실만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런 린에게 황은 달의 이야기들은 그저 자신이 만화로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말한다.


 이때, 달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용이 하는 대사가 나를 치유해 줬다.

혹시 이 방송을 보는 사람들 중에 지구에서의 삶이 힘겨운 사람, 너무 지치고 외로워서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지구의 작고 초라한 내 방이 아닌 다른 세상이기를 바라는 사람, 지구의 삶이 너무 빨라서 적응이 힘든 사람, 지구의 중력에 한없이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 너희는 달에서 온 특별한 사람들이야.
너희는 이상한 사람들이 아냐. 너희는 달에서 온 특별한 사람이야. 잊지 마. 이 지구엔 너희와 같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어. 지구 곳곳에 그걸 알려주기 위해 내가 여기 왔어. 기억해. 너희 결코 혼자가 아냐.

 이 대사를 현장에서 듣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말의 힘이라는 것을 이때 체감했다. 글을 눈으로 읽을 때와, 소리 내서 읽을 때, 타인의 소리로 듣게 될 때, 같은 글이더라도 마음에 와닿는 정도가 달랐다.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소리치며 상처받은 마음들을 토닥여주었다.

 

  저 대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연출과 스토리 또한 이헌을 통해 관객도 위로를 받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라, 현실이 너무 버겁고 힘들다 느껴질 때, 왜 나만 이러고 살아가나 싶은 생각이 들 때, 꼭 현장에서 봤으면 하는 뮤지컬이다. 각자의 치유과정은 다르겠지만,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난 회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스토리>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때마다 한 번씩은 보면서 그 시간의 나에게 괜찮다고 해줄 것 같다. 우린 모두 달에서 온 특별한 사람들이니까 그 어떤 시련들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5화 심장이 뛸 때 마음껏 뛸 수 있게 해 줘야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