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나는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 서툴다.
누군가에게 작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을 가끔 했고, 지인으로부터 정성스러운 선물을 받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선물을 하는 것이 항상 즐거운 일이 아니고, 선물을 받는 것이 매번 행복한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몇 가지 선물을 받았다. 오래 다닌 직장을 떠나는 나에게 수고와 응원의 마음이 닿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선물 중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물을 재활용한 것이었고, 구겨진 쇼핑백에 담겨 무심히 건네졌다.
온갖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고 말았다.
「사랑의 이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한 직장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아픈 사랑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자신의 방향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고 어긋남에 화내고 울었다.
삶의 궤적을 벗어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재활용 선물을 건넨 사람의 삶을 따라가 보았다. 그 사람의 마음은 '재활용'이 아니었을 거라는 지점에 다다랐다. 선물에 담긴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어이없게 물건에 시선을 고정한 어리석은 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은 서랍 속에 넣어둔 선물 중 마침 나에게 주면 되겠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몇 가지를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혹시 개봉한 흔적이 있는지도 살폈을 것이고, 나에게 마음도 함께 건넸을 것이다.
이런 날 선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남아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동안의 고마움을 현금이 담긴 봉투로 대신한 나. 나도 삶의 궤적을 벗어나지 못했다.
빠듯한 살림에도 내가 준비한 마음을 거절당한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내가 준비한 선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지 않는 물건이라고, 값이 낮다고. 현금을 주면서부터 거절당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금액이 적다는 뒷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즈음에는 내 앞에서 한 말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을 익힌 다음이라 문제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선물을 하고 마음 상하고 상대에 대한 꼬인 감정을 가지는 하찮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선물을 하는 일에 서툴러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선물에 담긴 마음이 길바닥에 버려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재활용 선물을 만지작거린다.
사람마다 사랑을,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은가?
그 사람은 자신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여전히 가치 있는 물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재활용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성숙한 사람의 마음을 가져 보려고 한다.
'그런데 말이야. 돈도 많으면서 왜 그래?'
라는 인간적인 서운함이 불쑥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