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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Jan 14. 2019

이른 출근러의 기쁨

그때 나의 회사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정당하지 않은 상황에 무기력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인 사람이 되면서 삶의 활력을 잃어 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방향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잦아지기 시작할 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직하려면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해야 했다. 채용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내야 했다.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바쁜 회사는 개인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당장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나를 바꿔야 했다. 시간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 일찍 퇴근해서 저녁 시간을 확보하는 것 2가지였다.


잠을 줄이되 내가 버틸 수 있는 효율적인 수면 시간을 찾아야 했다. 최소 자야 하는 시간, 몇 시에 잠들고 일어나야 버틸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여러 상황을 테스트하면서 얻은 결론은 12시 전에 잠들어야 7시에 일어나는 게 그나마 수월했다. 당시 체력이 바닥인 상황에서는 6시간 이하의 수면 시간이 되면 버티기는 하지만 지속되면 회복하기 힘들었다.


12시 전에 잠들었고 6시나 7시에 일어나 최소 1, 2시간 전에는 출근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내 일을 빨리 마쳤다. 오직 일찍 퇴근하기 위해서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출근하니 방해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능률도 올랐다.


여름에 태어 난 나는 유난히 추위를 잘 타서 겨울을 싫어한다. 그런데 출근을 하며 목격하게 되는 일출이 예뻐서 겨울을 좋아하게 되었다. 우뚝 선 아파트 창으로 햇살이 반사되고 분홍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멋졌다. 그 장면은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았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아침에 영어 학원도 다녔는데 강제로 아침 일찍 일어나 꾸준하게 학원을 다니자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외국 선생님도 자주 만나 이런저런 대화하다 보니 그게 좋아서 학원 다니는 게 재밌어졌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아침에 먼저 하는 습관을 만들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하루 종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멈출 수 있다.


시작은 시간을 확보해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른 출근러로 살면서 일을 마친 후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면서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직 준비도 할 수 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 나를 위해 온전히 보낼 수 있다는 '보장된 미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록 만들었고 퇴근 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내 삶의 방향에 맞는 나만의 시간을 쓰기 위해서.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아주 맛있는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을 때마다 '아... 지금 먹고 나면 언제 이걸 또 먹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해장국이 포장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걸 집에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둔 날,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행복은 보장된 미래'

미래에 맛있는 해장국이 보장된 오늘과 그렇지 않은 오늘은 분명 다를 것이다.

-  여자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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