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쓴 Apr 20. 2019

셀프 코칭

코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양한 반면교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만난 다양한 상사들을 보며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보다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의 숫자가 늘어갔다. 좋은 리더란,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쯤 마음맞는 동료와 스터디를 하다가 코칭형 리더십에 알게 되었고 그 방식이 궁금해졌다.

코칭을 하려면 대상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로 코칭을 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코칭해보기로 했다. 마침 자기 코칭은 코칭 기술을 실천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책에 쓰여있었다.


스스로 코칭하려면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인드 셋을 우선 갖춰야했다. 무언가 하려고 할 때 '귀찮아! 안될 거야!'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자아가 늘 나를 막아섰다. 그 자아를 나는 '귀(찮아)김쓴'이라고 불렀다. 귀김쓴이 '귀찮아. 안될 거야.'라는 말을 할 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도'라도 하게 하려면 '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고 성공한 근거가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쌓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과 신뢰를 쌓는 방법과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누군가와 신뢰를 잘 쌓으려면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면 서서히 믿음이 생기기 마련. 그 방법을 자신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마침 이직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약속들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침구 정리하기, 영어 학원 다니기 같은 귀찮음을 떨쳐내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일 말이다.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하려고 성취감을 극대화한다는 다양한 방법(달력에 체크하는 방법, 포스 잇에 붙여 놓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노력대비 별로 였고 최종적으로 매주 한번 나와의 미팅을 하면서 점검하는 방법으로 바꿨고 유지했다.


귀김쓴을 코칭하면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장애물은 기존 습관대로 하려고 하는 습성이었다. 기존의 습성은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 장애물로 등장해서 자꾸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 못 가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포기하면서 '내가 그렇지뭐.'하는 자괴감까지 이어지는 이 고리를 끊어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고 네가 원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무엇보다 시간이 간절하잖아."

"아침에 30초 시간을 들여 이불을 정리하면 저녁에 깔끔하게 정리된 잠자리를 마주 할 수 있어.

"아침 일찍 영어 학원에 가서 영어 수업을 듣게 되면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을 때 적어도 지금 수준으로 멈춰 있진 않을 거야."

처음에는 "안될 거야. 또 포기하겠지"라고 귀김쓴은 어김없이 말한다. 그럴 때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패턴을 사용해서 목표의 장벽을 낮추고 움직이게 했다. "적어도 5분 정도는 일찍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1주에 한 번은 갈 수 있지 않을까?"처럼 말이다.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큰 결심을 할 때 무척 도움이 된다.

얼마 전 큰 무대에서 발표할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작년에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일을 떠올리게 했고 그 날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시기적으로 무척 바쁜 때라 힘들 거야."라고 귀김쓴은 말했다. "지금 아니면 내 평생 그런 기회가 또 올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귀김쓴은 "인생의 한 주 정도 힘든 시간인데 까짓것 견뎌보지 뭐."라고 말했고 발표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바로 이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영원히 나아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시도하다 보면 한 뼘이라도 나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변화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장기적으로 스스로와 싸우다보면 가끔 지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사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번아웃이 될것 같은 상황이면 계획한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놀기도 했다. 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쉼이 꽤 좋은 보상이 됐다. 이렇게 놀아도 되냐고 귀김쓴이 묻는다.

그렇게 할수 있다는 경험과 좋은 습관을 늘려가다 보니 귀김쓴은 "할 수 없다, 귀찮다"는 말을 덜하게 되었다. 그러기엔 그간 해왔던 증거가 많았기기 때문이다. 몇가지 노력이 들던 일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그 일에는 더 이상 에너지를 들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 에너지를 다른 것에 더 쓸 수 있게 되었고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제 저축하는 습관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