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한두 번쯤 체육관에 가거나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 뒤에 자리한 믿음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그 변화가 유지되기 힘들다. 변화는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특성의 일부가 되기 전까지는 일시적일 뿐이다.
목표는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은 대게 각자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우리는 의식했든 의식 하지 않았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믿고 있는 대로 행동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비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운동복을 갈아 입고 동네를 뛰는 일이 루틴으로 자리 잡은지 한 달이 되었다. 4주 차가 됐을 때 달력은 6월 중순이었다. 아침 햇볕이 꽤나 따가웠다. 선크림을 발랐지만 흘린 땀에 함께 씻겨져 내려갔다. 운동하고 나면 벌겋게 달아올랐다.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헬스장을 다시 다녀야 했다. 3개월 헬스장 이용권을 연장했다. 뜨거운 햇볕은 피했지만 후덥지근한 공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창문을 열어둬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이따금 회전하다가 얻어걸린 선풍기 바람이 간간히 땀을 식혀주었다. 코로나19로 개인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했고 손소독제를 운동 전/후로 꼭꼭 발랐다. 개인 땀수건, 개인 물병도 따로 준비했다.
비슷한 시간으로 헬스장에 가게 되면 규칙적으로 만나기 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아침 시간에 자전거와 러닝 머신으로 걷기를 하시는 백발의 할머니가 계신다. 비가 오는 날에도 그분은 꾸준하게 오신다. 나도 저분 나이가 됐을 때 여전히 헬스장에 와서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하게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수 있는 한 달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은 많은 감회를 준다. 한발 한발 내디뎠을 뿐인데 그 발자국이 한 선을 이뤄 한 달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하루의 분투가 쌓인 한 달이 되면 뭐든 달라진 면을 체감하게 된다. 나의 경우 신체 변화와 체력이었다.
평소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하체 쪽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한 달 동안 하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빠진 부분도 하체 쪽이었다. 작년에 꽉 꼈던 바지가 여유롭게 됐다. 애정하는 바지라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뒀는데 그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어깨를 펴고 달리다 보니 말린 어깨가 조금 펴졌다.
4주 차가 되면 3분간 달리고 2분간 걷기를 반복하는데 나의 경우 헬스장 러닝머신 6으로 달렸다. 1분도 달리기 힘들었던 사람이 3분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의 매력은 품을 들인 만큼 정확히 증가되는 체력이 수치로 또렷하게 증면된다는 점이다. 1분에서 2분, 그리고 3분으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8주 코스에 반을 지나왔다. 다시 한 달 후 나는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그렇게 되겠구나.' 하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면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동일했겠지만 달리면서 보낸 한 달은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런데이 코치의 말대로 내 안에 러닝 DNA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 뒤 30분 달리는 나를 상상하며 이번 주 달리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