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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쓴 Apr 15. 2019

해리포터가 일러주는 삶의 태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을 믿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해리포터 시리즈'라고 이야기한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영화도 잘 만들어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장기 연휴가 시작되면 다시 보기를 한다. 그 횟수가 적어도 10번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해리포터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신비로운 마법 세계의 이야기로 봤고 재미로 봤다. 하지만 다시 보기 횟수가 늘어가면서 영화에 담긴 삶의 태도에 관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삶을 되돌아보는 자극제가 필요할 때 다시 보게 되었다.

출처 : 네이버 무비

해리는 1살 때 볼드모트에 의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그리고 자신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볼트모트의 호크룩스가 된다. 그 사건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죽어야 하는 운명을 갖게 된다.


비록 사랑을 준 사람이 이 세상에 없더라도,
그 깊은 사랑은 영원히 보호장치를 남겨 준단다.
- 알버스 덤블도어


해리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집에 맡겨진다. 하지만 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햇볕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계단 밑 방에서 살아야 했고 부모의 사랑을 받는 두들리와 다르게 구박받는다. 생일도 축하해주는 이가 없어 11번째 생일 때 바닥에 그린 케이크를 초를 불면서 자축한다. 1편에서 나오는 여러 장면은 그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처한 환경을 봤을 때 볼드모트처럼 머글을 저주하고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마지막 호크룩스라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부정하기보다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해리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의 의지대로 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을 다한다. 그가 처음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됐을 때 분류 모자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분류 모자가 재능을 봤을 때 슬리데린으로 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을 때 거기는 안된다고 절대 안 된다고 자신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자신이 원하는 그린핀도르 배정받는다.

출처 : 네이버 무비

이 장면이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는 이유는 자신의 의지대로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는 첫 번째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마치 초등학교에 처음 반을 배정받는데 그 반은 절대 안 된다며 거부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집단이 늘어가고 가장 중요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이론으로 진행될 때 친구들과 규합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그때 해리의 머글들 앞에서 마법을 썼다며 마법부에 회부당하고 친구로부터 비난을 받는 불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런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나눠준다. 이렇게까지 대인배 일수 있을까.

출처 : 네이버 무비

또 어찌나 의리를 잘 지키는지 '불의 잔' 시리즈 첫 번째 시험의 내용을 알게 됐을 때 놀림을 당하면서 같은 후보자인 케드릭에게 첫 번째 시험이 무엇인지 귀띔해준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에서 물속에 있는 남은 사람을 구하고 죽을 뻔한 고비를 순간을 견뎌낸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자신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잘 살펴보면 된단다.
- 시리우스 블랙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때로는 누군가의 바람이나 그래야 할 것 같은 압박으로 선택을 할 때도 있고 도저히 모르겠어서 선택을 타인에게 미루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그것을 책임지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해리는 늘 그 어려운 걸 해낸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단다, 해리.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지에 대해 더 많이 보여주지.
- 알버스 덤블도어


'죽음의 성물 편 1'에서 의지 했던 덤블도어와 시리우스가 죽고 난 후 해리는 방황한다. 시리즈 중 가장 답답하고 암울한 분위기로 흥미는 좀 떨어지지만  해리의 인간적인 고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볼드모트와 싸우려면 남은 호크룩스를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며 찾은 호크룩스를 어떻게 파괴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답답해한다. 게다가 믿었던 론이 오해를 하고 떠나기까지 한다.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데 해리는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 의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현실에는 비윤리적, 비도덕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뉴스를 보다 보면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쉽다. 그래서 근면, 성실하게 사는 게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남들처럼 대충 그냥 그렇게 살자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쪽 눈을 감아 버리면 세상 살기 한결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며 무섭게도 내 안의 나는 내 행동을 판단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고스란히 쌓여 '신념'으로 고착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해리포터 영화도 내게 그렇게 묻는다. 삶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고 있느냐고. 어떤 이유로 쉬운 길만 가려고 하는 건 아니냐고 책임지기 싫어서 비겁하게 도망치는 건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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