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인 사람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비판적인 사람과 창조적인 사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종이 한 장은 육안으로 잴 수 없는 기껏해야 0.2um정도의 두께이지만, A4 용지 한 장에 쓰여있는 단 한 문장으로도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같지만, 이는 곧 양면지에 각각 다른 내용이 쓰인 것과 같다. 우리는 학창 시절 비판과 비난의 차이점에 대해 비난은 지양해야 할 것, 비판은 지향할 점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사회적 구조와 문화, 인간관계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비판적 사고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예민한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https://medium.com/@kgammon/you-have-to-be-yourself-a29e36f5cc72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과민한 (hyper-sensitive)' 사람은 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것을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남들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과민한 이들은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탓에 잠재적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능력의 잠재성과 본질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보는 사람. 무던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 안에서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물론 이 능력을 더 많이 가졌다는 자체가 인간의 가치와 연결되거나 뛰어난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때로 예민한 사람들은 스스로 신경쇠약으로 고통받거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열등감과 자괴감에 흔히 빠지기도 하는 걸 보면, 그들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 능력을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쪽으로 개발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리라.
보통 우리는 창의적, 창조적 사고를 언급할 때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는 종이 한 장을 뒤집어엎듯이 순식간에 비판적 사고로 둔갑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험담하기 좋아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소한 흠과 티를 잡아내어 퍼뜨리는 일이다. 인류가 해결해야 할 오랜 숙제이기도 하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함께 할 특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창의적 사고는 한 개인을 향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판적 사고는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겨냥한다. 친분이 있는 모임에서 비판적 사고가 뛰어난 사람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물론 타인에 대한 험담을 즐기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나에 대한 험담이 아니어도 그것을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도 비판적인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종합해 볼 때, 예민함,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는 모두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요소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발휘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관계가 원활해지기도 사회와 경제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물론 창의적 사고가 반드시 사회의 유익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뛰어난 창의성으로 본인은 돈을 많이 벌 수는 있어도 사회악으로 발전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